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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헌신 남기고 싶어… 봉인된 폭력 가족사 풀었죠”

입력 : 2018-04-28 03:00:00 수정 : 2018-04-27 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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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상 작가의 자전적 다큐 소설 / “빨강 모자는 상처·구원의 상징”
김은상 지음/멘토프레스
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김은상 지음/멘토프레스


젊은 작가 김은상(사진)의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 스스로의 삶이 소설의 모티프가 되었다. 폭력과 가난을 이겨낸 가족사를 토대로 쓴 휴먼 다큐 소설이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인터뷰하는 동안 어머니는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는 일은 어머니에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 고통들의 일부가 글로 나왔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실천했던 것은 고단한 한 인간의 삶을 재단하는 일이었다.” 제목에 쓴 ‘빨강 모자’는 주인공(작가)이 차마 꺼내고 싶지 않았던 봉인된 가정폭력을 상징한다. 가난에 시달렸던 어머니가 여섯 살배기 어린 아들을 때리고 난뒤, 그 사과의 의미로 사주었던 선물이 빨간 모자였다. 어머니 자신에게는 한없이 부끄러운 아픈 기억이었다. 소설에서 빨강 모자는 상처, 죄의식, 구원 등을 상징하며 마지막까지 소설 전체를 이끄는 알레고리로 작용한다. 작가는 세계일보 기자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아버지는 가혹한 가부장이 지닐 수 있는 부정적인 모습은 전부 지녔다. 음주와 폭력, 노름의 일상화는 가족의 삶 전체를 파괴했다. 나는 10년 전부터 입원한 부모님을 간병했다. 부끄럽지만, 그때서야 겨우 알았다. 어머니의 몸이 어머니의 헌신만큼 망가져 있었다는 것을…. 그때 결심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꼭 죽음조차 넘어서는 한 인간의 그리움을 (소설로) 기록해두겠다고…”

김 작가는 가부장의 잘못된 선택은 가족 전체의 삶을 망가뜨린다고 했다. “나는 마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문득문득 나에게서 부정 가득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너무나도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었고, 자신들이 가진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동생들을 돌보려 했던 헌신적인 형과 누나들이 있었다.”

김 작가는 “가족의 사랑은 삶을 반추하도록 하고, 언제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미래 세대 젊은이들에게 보탤 수 있는 말은 도전이나 꿈과 같은 말이 아니라 사랑”이라면서 “타인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면, 성공과 실패는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진=이재원 기자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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