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돈·집 주지 못해도 꿈을 갖게 할 수는 있지”

입력 : 2018-04-28 03:00:00 수정 : 2018-04-27 21:02: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배움이 삶을 바꾼다” 신념 실천한 / 세계적 교육자 파울루 프레이리 / 불평등 구조 갇혀 가난 허덕이는 / 청소년·노동자 자녀 교육에 관심 / 읽고 쓰고 이해하는 ‘문해교육’ 시작 / 그의 교육 이상과 철학 한눈에
양은미 지음/탐
파울루 프레이리, 삶을 바꿔야 진짜 교육이야/양은미 지음/탐


“꼬맹이 초등생 시절 4 곱하기 4가 뭔지, 영국의 수도가 어딘지는 몰라도, 우리는 정확히 며칠 후에 어떤 비밀 구덩이로 돌아가야 가장 맛있는 바나나를 먹을 수 있는지 귀신같이 알아냈어요.” 이렇게 소년 시절의 파울루 프레이리(Paulo Freire· 1921∼1997)는 배고픔 덕분에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었다. “만약 모든 게 풍족했다면 새롭게 시도해 볼 생각조차 안 했을 거요.”

파울루가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서 배운 언어들은 경험과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추상적인 문자가 아닌, 실제 그가 살았던 또는 현재 살고 있는 것들이었다. 책 속에만 존재하는 말을 배우는 것보다, 실제로 그 말을 경험하는 게 먼저였다.

서울대 HK연구교수인 저자는 ‘규율 없는 자유’와 ‘자율 없는 권위’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 둘의 다른 이름은 각각 ‘방종’과 ‘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과연 건강한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어렵게 교육을 받아 사회 건설의 주역이 되더라도 또 다른 권력의 횡포자가 되거나,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할 경우 그러한 권력의 억압을 받는 삶을 살 게 아니겠는가?”

파울루는 말했다. “내가 이들의 손에 자유와 집과 돈, 꿈과 희망을 마음속에 심어 줄 수는 없어.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그런 것들을 상상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이끌어 나가도록 도울 수는 있어. …” 파울루는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사명이라 믿고 실천했다고 양은미 교수는 소개했다. 또 파울루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역사는 꿈과 희망을 가진 자들이 만들어 간다.”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교육철학자인 파울루 프레이리는 빈민 청소년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이야말로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파울루는 브라질의 저명한 교육철학자다. 생전 파울루가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대상은 청소년 교육, 특히 블루칼라 자녀들의 교육이었다. 그는 항상 노동자들이 개인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가진 자는 더 가지고, 못 가진 자는 더 못 가지는 사회 구조에 갇혀 가난하고 불평등하게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파울루는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는 무엇보다 ‘문해 교육’이 시급하다고 했다. 문해란 글을 읽고 쓰는,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할 줄 알아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고, 그것이 자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파울루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명저 ‘페다고지’와 ‘희망의 교육학’에 담아 펴냈다. 이 책들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교육학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파울루 프레이리는 교육 속에 숨어 있는 엄청난 혁명의 힘을 간파하고, 캐내고, 이론과 실천을 병행한 교육자”라면서 “브라질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민중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면서 교사로, 변호사로, 공무원으로 삶의 치열한 경험을 통해서 ‘올바른 교육이 변화를 이끄는 힘’이라는 신념을 키웠다”고 평했다. 양 교수는 “파울루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기독교적 사랑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세계적인 교육자로 명성을 얻었다”고 전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