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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동결에 확성기 중단 화답…남북정상회담 분위기 띄우는 軍

입력 : 2018-04-23 18:36:06 수정 : 2018-04-23 22: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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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끈 배경 뭔가 / 우리 측이 먼저 중단은 처음 / 남북회담 성공 개최 힘 보태 / 北도 대남 선전 멈출 가능성 / 일각 “선제 중단 부적절” 지적 / 軍, 대북 라디오 방송은 계속
군이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3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방송을 전격 중단한 것은 북한의 핵 동결 선제조치에 호응해 남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1972년 7·4 공동성명 이래로 남북은 ‘선(先)협상 후(後)이행’ 원칙에 의한 단계적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2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핵 동결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했다. 우리 측도 북한의 핵 동결 조치 사흘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 선제적 중단 발표로 호응했다. 남북 관계 변화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남북 간 합의 없이 우리 측이 먼저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실험 등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것도 우리 군의 중단 조치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어줬다는 지적이다. 2004년부터 10여년간 중단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 지뢰도발 직후 재개됐다가 같은 달 25일 남북 간 8·25 합의로 중단됐다. 2016년 1월 8일 북한 4차 핵실험에 맞서 다시 재개됐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 대응카드였던 만큼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사실상 중단한다면 대북 확성기 방송도 멈출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군도 우리 군의 조치에 호응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의 단계적 중단에 나섰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북한군이 대남 확성기방송을 점차적으로 중단하는 징후가 포착됐다”면서 “오늘(23일) 밤 중으로 대부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실상 고발, K-POP 음악 등을 내보내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과 주민에게 큰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 북한이 ‘반공화국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반발한 이유다. 그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남북은 비핵화와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분야에서 선제적 조치를 통해 구축된 상호 신뢰하에 정상회담에 임하게 됐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호 비방과 체제 선전의 도구였던 확성기 방송을 남북 양측이 중단함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 경계초소(GP) 철수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확성기 방송이) 불신과 상호부정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전체적인 상호 신뢰회복을 강조하는 시기에는 중단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시행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23일 0시부터 중단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맞서 2016년 1월 8일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가동한 지 2년 3개월여 만에 방송이 중단된 23일 경기도 파주 일대 철책 인근에서는 기동형 확성기 방송 차량이 운용을 멈춘 채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등에 대해 북한이 제대로 된 시인이나 재발방지 약속을 한 게 없는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별도로 대북 심리전방송 FM 자유의 소리는 계속 방송한다고 밝한 것과 확성기 시설 철거 가능성에 ‘선긋기’를 한 것도 이 같은 지적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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