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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이 폐기할 대상은 핵실험장이 아니라 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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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3 00:31:50 수정 : 2018-04-23 00: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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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핵·ICBM 동결’ 선언
비핵화 언급 없이 핵군축 강조
27일 정상회담서 해법 찾아야
북한이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제까지 총 6차례 핵실험이 진행된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기한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이 회의에서 채택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에 명시됐다. 미국이 북·미 대화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비핵화 사전조치’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춤에 따라 추후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걸림돌이 제거됐다.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 방북 등을 통한 북·미 간 물밑 조율의 성과로 풀이된다.

노동당 전원회의는 또한 핵·경제 병진노선을 마무리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채택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사회주의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미 천명한 대로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추가 실험을 하기보다는 경제 발전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진전인 것은 분명하지만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수명을 다한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기만전술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북한이 10~20기씩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와 ICBM의 폐기에 관해 언급하지 않고 핵군축을 강조한 것은 우려를 낳는다. 결정서는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포석이 숨어 있다. 향후 비핵화 고지를 향한 노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남북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회담에 앞서 남북정상 핫라인(직통전화)도 가동된다. 청와대는 그제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안의 틀을 제대로 마련해 북·미 정상회담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합의를 견인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폐기돼야 할 것은 북한의 핵실험장이 아니라 핵이다. 남북이 각별히 유념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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