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망가지는 발레리나가 주인공인 ‘말괄량이…’가 올해도 객석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2015년 초연한 이 작품은 매번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진지한 고전·낭만 발레와 달리 밝은 분위기, 발레의 관습을 깨는 요소들 덕분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김지영의 물오른 표현력이 빛났다. 올해로 세 번째 카타리나를 맡은 그는 발레가 ‘말 없는 몸짓 언어’임을 보여줬다. 두 손을 허리춤에 짚고 선 자세만으로 카타리나의 분기탱천한 내면이 전해졌고, 애정을 인정하기 겸연쩍어 심술 부리는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남자 따위 귀찮아’로 일관하며 외부에 발톱을 세웠던 카타리나가 변함없는 애정 공세에 마음을 여는 모습도 선명하게 표현됐다. 남녀의 감정 변화를 2인무로 압축한 장면에서는 이를 안무한 존 크랭코가 ‘드라마 발레의 대가’임이 새삼 다가왔다. 그러나 몇몇 대목은 웃음으로 넘기기에는 과해 보였다. 훌륭한 안무와 춤에도 불구하고 ‘400년 전 쓰인 원작 자체의 보수성이 현대에 어울리는가’ 하는 물음이 여전히 남았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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