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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의 수요돋보기] 홍길동이 '특수절도·방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나온다면?

입력 : 2018-04-25 08:00:00 수정 : 2018-04-23 19: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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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이자 의적이었다. 그를 소재로 한 작품 대부분은 의로운 사람으로 묘사한다. 명종 때 임꺽정, 숙종 때 장길산과 더불어 ‘조선의 3대 도적’으로 불리는 인물이자 허균 작품의 모델인 홍길동 이야기다.

그런데 만약 홍길동이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가상 재판 체험으로 법 원리와 재판 절차를 이해하고 합리적 사고능력을 함양함과 동시에 고전에 대한 법정토론으로 공감 능력, 표현력, 판단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 등을 발전시키고자 지난 3월10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서울 도봉기적의도서관이 ‘어린이로스쿨’을 운영 중인 가운데 ‘홍길동전’을 소재로 초등학생들이 앞선 20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모의재판을 펼쳤다.

 
홍길동이 재판에 나온다면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 ‘홍길동전’을 소재로 앞선 20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모의재판을 진행한 학생들. 서울 도봉기적의도서관 제공.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고, 변호사가 홍길동을 변호하며 증인들이 출석한다. 피고인의 진술과 검찰의 구형 등을 거쳐 배심원 평의를 통해 재판부 판결까지 이어지는 방식이다. 소재는 고전이지만 재판 과정은 실제와 똑같다.

검찰은 재판에서 홍길동이 사회개혁을 빌미로 나라 안을 어지럽게 했으며 관아를 습격해 재물을 빼앗았다는 이유로 특수절도, 특수강도, 방화, 공무집행방해죄 그리고 소요죄 등을 적용했다.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 1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이 함께 내려질 수 있는 항목이 수두룩하다.

피고인 측은 반발했다. 빼앗긴 재물을 주인에게 돌려주려 했으므로 정당하다고 했다. 변호인은 홍길동이 어렸을 때부터 신분 차별에 시달렸으며, 가난한 백성에게 횡포를 부리거나 재물을 약탈하는 탐관오리를 혼냈으므로 무죄라고 주장했다.

여러분이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도서관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재판은 최종판결 없이 배심원 평의에 돌입하는 것으로 끝난다. 열린 결말이다. 문제의 본질과 방법,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유도한다.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맡은 배서연(노일초 4학년) 양은 평소 ‘권력’이나 ‘힘’을 믿고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서연 양은 “사회의 안정을 위해 법을 만들었는데 자기 힘을 믿고 그런 걸(법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재판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대체로 당연한 벌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연 양은 ‘법’이 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과 같다고 했다. 그래서 안 지키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걸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서연 양은 “신고해야 한다”고 답했다. 누가 법을 안 지키는지 모두가 살펴서 사회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서연 양은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람들이 나중에 사회에서 법을 잘 지키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홍길동이 재판에 나온다면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 ‘홍길동전’을 소재로 앞선 20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모의재판을 진행한 학생들. 서울 도봉기적의도서관 제공.


홍길동 역을 맡은 이로운(누원초 5학년) 군은 모의재판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로운 군은 “검사는 유죄, 변호사와 피고인은 무죄를 끌어냈을 때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다”며 “홍길동을 둘러싸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이번만큼은 홍길동과 같은 마음으로 재판에 임했고 실제로 홍길동이 재판에 나왔더라도 진지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였다면 어떤 판결을 내렸을 것 같냐는 질문에 “물건을 훔친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백성들을 도운 건 잘한 행동”이라며 “잘못한 거는 바로 잡아야 하지만 대충 유죄판결을 내리는 게 아니라 변호사의 말을 경청해서 죄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판결을 내릴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다른 판결을 내릴 것 같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로운 군은 “무단횡단, 노상방뇨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해 저지르는 범죄가 얼마나 나쁜지를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잘못을 저지르면 ‘법’이 어느 정도의 벌을 내린다는 걸 많이 알려서 사람들이 죄를 저지르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에 증인으로 등장한 홍인형(홍길동의 배 다른 형)이 제가 벌을 더 받게 증언을 해서 (대본에도 없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며 “모의재판이라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진짜 재판이었다면 화는 안 냈을 것 같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도봉기적의도서관 관계자는 “모의재판은 평소 경험하지 못한 역할을 체험함으로써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자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법 교육 수단”이라며 “주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법적 사고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재판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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