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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화·조직화·첨단화… 진화하는 여론조작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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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2 06:02:00 수정 : 2018-04-20 21: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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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여론 조작의 역사①] 포털 악용 매크로도 등장
더불어민주당 전직 당원들의 포털 댓글조작 사건으로 순탄대로를 걷던 문재인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자동화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 지난 1월17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관련 기사에 댓글 등을 조작한 혐의로 김모(48.필명 드루킹)씨가 구속기소된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김경수 의원까지 수사선상에 올라서다. 대한민국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여론조작의 정치사를 살펴본다.

◆국정원 댓글부대에서 국정화교과서까지 조작 표적된 여론

우리 현대사의 암울했던 군부독재 시절, 여론조작은 권력자가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이었다. 1980년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이 된 후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이 바로 여론조작이었다. 문화부 안에 노골적으로 ‘홍보조정실’을 만들어두고 전두환 영웅만들기에 나서서 국민을 우민화하는데 앞장섰다. 전두환 정부는 북한의 수공 위험을 조작해 ‘평화의 댐’ 사건을 기획하는 등 국민의 불안감 조성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기도 했다.

군부독재의 여론조작은 문민정부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의 댓글부대와 박근혜 정부의 관제데모, 국정화교과서 여론 조작으로 다시 살아났다.

국정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다수의 심리전단 요원들을 동원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직접 댓글을 올렸다. 주로 당시 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국정원은 391개의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총 29만5636차례에 걸쳐 글을 올리거나 퍼날랐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2124회 댓글을 달았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교육부, 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해 여론조작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부는 국정화 여론 조성을 위해 시민단체 명의 리플릿을 배포하고 민간단체를 동원, 위법한 여론조사와 기고문과 대필 등 민간사회를 가장한 여론을 조성하려한 사실이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로 드러났다. 당시 정부는 국정화 지지 교수들의 성명발표를 기획하고 SNS 우호여론을 위한 방안까지 만들었다.

◆매크로 통해 보다 지능화 되고 있는 여론조작

과거 정부의 통제로 이뤄지던 여론조작은 이제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확대로 보다 지능화하고 분업화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드루킹사건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의 조달 의혹을 받고 있는 박모씨(필명 서유기)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난 1월 17일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 2건에 반복적으로 ‘공감’을 클릭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 추가 공범 2명의 혐의를 수사하던 경찰은 범행에 쓰인 매크로 프로그램을 박씨가 구해 김씨에게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매크로는 보통 마우스의 움직임이나 혹은 클릭 등을 기억을 해 빠르게 반복하는 작업이다. 보통 수강신청이나 명절 기차표 예매, 콘서트 예매, 게임 등에서 주로 사용됐다. 특히 이 매크로는 포털의 경우 검색창에 나오는 자동오나성이나 연관검색어 만들기, 카페에 댓글을 달거나 지식인에 질문, 답변을 달 경우에도 사용된다. 마케팅 영역에서도 효과적으로 홍보를 하거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이들은 특히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뉴스와 댓글 상황을 점검할 모니터 요원까지 운용했다. 그만큼 조작 과정이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 일당의 ‘모니터 요원 매뉴얼’에는 온라인 기사의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아 상위권에 노출되기까지 순위를 조작하는 방식과 유의사항이 7개 항목으로 정리됐다. 이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시간대별 기사 모니터링 인원 배분→기사 선정 후 구미에 맞는 댓글 선별→해당 댓글 추천 수 조작→상위권 유지되도록 추이 관찰→타 세력의 반격 감지되면 즉시 보고’ 등이다.

◆여론을 조작하는 이유...인사청탁과 명예 등등

드루킹은 김 의원을 통해 청와대에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을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에 발탁해 달라는 것이었다. 또 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보고 한때 킹메이커를 꿈꾼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작을 실행하는 조직은 대가로 유력 정치인을 통한 인사청탁과 위치, 금전적 이익 등을 일반적으로 추구했다. 선거판에서 특정 후보를 위해 외곽에서 활동하는 각종 조직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더불어희망포럼이라는 조직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십자가 알바단’(십알단), ‘서강바른포럼’ 등의 사조직이 불법 댓글·SNS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번져 정쟁의 소지가 되기도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팬인 것처럼 접근해 활동하다가 돈이나 자리를 요구하는 브로커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브로커들 중 대부분은 후보가 성과를 거둔 이후 돈이나 자리를 요구하고, 만약 해결이 되지 않으면 협박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나 포털에서 본인에 대한 평가를 중요 지표로 보는 정치인들로서는 급한 마음에 손을 뿌리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해명에 나선 김경수 의원.
김 의원과 김씨의 시작도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선을 돕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김씨와의 얽히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지난 대선 직전 김씨를 만났고 김씨 등은 당시 문재인 후보를 도왔으며, 대선 뒤 김씨로부터 도모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받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선 후 김 의원이 김씨 측 인사 청탁이 수용되지 않으면서 관계가 돌변했다. 김씨는 “가만있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결국 문 정권 비판 댓글을 조작하다가 체포, 구속됐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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