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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영’ 포스코·KT 회장 자리가 ‘정권 전리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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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8 23:32:21 수정 : 2018-04-18 23: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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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어제 임시이사회를 열어 갑자기 사임했다.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사임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권 회장은 “젊고 박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고 했다. 김주현 이사회 의장은 “권 회장은 연임 이후 신규 사업과 포스코 50주년을 맞아 ‘빅 픽처’를 그렸고, 이제는 그것을 다른 사람이 맡았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큰 그림’을 그리고 중도 사퇴하는 최고경영자도 있는가. 정권 외압설이 난무한다.

사퇴 압박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4차례 해외순방 때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모두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재임 4년 동안의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권 회장은 포스코 50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달 31일에만 해도 “정도에 입각해 경영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사임은 “외압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KT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그제 국회의원들에게 4억3000만원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20시간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도 사퇴 압박 조사라는 분석이 파다하다. 실제 과거에도 사퇴를 압박하는 수사는 수시로 이루어졌다.

포스코와 KT는 민영기업이다. 민영화한 지 포스코는 18년, KT는 16년 됐다. 하지만 두 회사 회장은 온전히 임기를 채운 적이 한 번도 없다. 정권 교체기마다 수장이 사퇴하는 ‘흑역사’는 ‘적폐 청산’을 외치는 문재인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정부가 무슨 권리로 민영기업의 회장을 입맛대로 바꾸고자 하는가. 그 결과는 너무도 빤하다. 기업 경영은 시퍼렇게 멍들 수밖에 없다. 경쟁력 강화에 몰두해도 모자랄 판에 정권의 눈치를 보며 줄을 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역풍을 이겨낼 수 없다. 민영기업인 포스코와 KT 회장 자리는 정권의 전리품일 수 없다. 정부가 개혁 기치를 치켜들고 싶다면 민영기업에 대한 ‘적폐적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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