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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동요만 듣는 영유아… 오히려 인지발달, 창의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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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4 12:02:15 수정 : 2018-04-14 15: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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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엘의 정희정(오른쪽)대표와 박웅상 씨가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엘의 콘텐츠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왜 한국에서는 영유아들에게는 동요만 들려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을까요, 미국을 포함한 여타 선진국들에서는 모두 0세부터 재즈·탱고·살사·레게·각종 아프리카 음악 등 세계 각국의 수많은 장르의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면서 ’글로벌 문화 수용능력‘은 물론 ‘공감능력’과 ‘인지능력’, ‘창의력’까지 배양해 주려는 노력을 많이 하거든요. 타문화에 대한 배타성을 줄여 글로벌 인재로 성장시키려 하는 노력들이 엄청나요”



◆ 아이들이 동요만 들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다양한 음악 접해야 뇌발달에 도움



8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철학적 가사(영어)까지 얹힌 이색 영어교육음반을 출시한 스타트업 ‘마이티 엘러펀트’(Mighty Elephant, 마엘)의 대표 정희정(32·여)씨를 만나 그가 이 같은 시도를 하게 된 사연을 물었다. 유명 작곡가와 함께 음악 작곡과 편곡에 참여한 것은 물론 노랫말 제작과 보컬까지 전부 도맡을 수 있었던 ‘불꽃열정’의 근원이 궁금했다. 서울대 음악대학을 졸업(2004~2009)한 정 씨는 음악을 전공한 어머니로부터 다양한 선율과 비트의 음악을 접하는 것이야말로 영유아기 뇌 발달과 정서함양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으며 자랐다. 정씨는 “이런 엄마의 노력 덕분에 학업은 물론 작곡, 미술 등에서 다양한 재능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농담반 진담반 너스레를 떨었다.



미국 뉴욕대에서 과거 국제교육정책학과 석사과정 입학 허가까지 받았던 정씨는 2012년 남편과 함께 유학을 떠난 후 아이들의 인지·정서발달에 대한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며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귀국하면 반드시 한국아이들도 미국아이들처럼 세계 각국의 음악을 즐기면서 삶에 대한 고민을 주체적으로 하고 영어학습까지 즐겁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겠다’는 것이 그의 야심찬 목표였다. 한국 아이들의 문화적 혜택을 늘려 반드시 여타 선진국의 아이들보다 뒤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유아교육에 남다른 열정이 있었던 그의 순수한 소망이었다.



그는 꿈꾸던 대로 2017년 한국에 돌아와 이 같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기획안을 제출, 스마트창작터 경기벤처창업지원센터(GBSA) 입주 기업으로 선정돼 지금의 ‘마엘’ 설립을 주도했다. 이후 그의 취지에 십분 공감한 서울대 유일한 벤처창업동아리(SNUSV)의 박웅상(24,서울대 경영학과 13학번, 홍보마케팅 담당)씨와 원종성(23, 서울대 생명과학부 14학번, 제품마케팅 담당)씨까지 올해 초에 팀원으로 합세해 학업과 함께 제품연구와 하반기 사운드 북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엘의 음반에는 아이들의 뇌 발달을 위해 기계음악은 최대한 자제하고 다양한 악기들의 연주 소리를 생생하게 담은 노래들이 실려있다. ‘함께 하면 혼자일 때보다 행복하다’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우리가족’을 배려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타인을 존중하면 그만큼 나도 행복해진다’ 등 가사 하나하나에는 마엘이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다.













프랑스 유명 일러스트 아티스트, 까미쇼샤의 작품

◆토론문화의 부재와 아이에 대한 통제...오히려 폭력성 유발



정씨가 아이들이 들을 노래에 이 같은 철학을 반드시 담고자 한 것은 2017년 한국에서 돌아와 그가 접한 한국 아동들 사이의 끔찍한 폭력사태와 잔인한 살해 사건에서 받은 정신적 충격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그토록 ‘착한 아이의 덕목’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폭력적 사고에 행여 물들기라도 할까봐 어른음악은 멀리하고 ‘동심의 음악’으로 일컬어지는 동요만을 들려주며 예의를 강조하건만 도대체 왜 ‘동방예의지국’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과 도덕교과서는 왜 현실에 적용이 되지 않는 걸까.



정씨는 아이들을 어른과 대등한 존재로 전혀 여기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하는데다 공감을 바탕으로 한 토론문화의 부재가 이런 사태를 낳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을 어른과 대등한 존재로 여기며 철학적 토론을 유도하고 스스로 고민한 끝에 윤리를 확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행동이 좋은 행동이니 너는 무조건 따라야만 해’라는 식으로 도덕을 주입하려는 경향이 아이들의 폭력성을 낳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예전에 친구가 시끄럽게 했다는 이유로 나쁜 아이라며 샤프심으로 손을 찔러 상해를 가한 유아의 사례를 뉴스로 접한 적이 있다”며 “‘시끄럽게 하는 아이는 무조건 나쁜 아이라고 엄마가 말했으니 똑같이 벌을 줘야지’ 이런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 그런 파국들을 낳는다”며 철학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박웅상 씨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화가 많은데다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타인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공감해보고자 하는 문화가 확립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마엘의 음악이 이런 문화 개선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엘의 정희정 대표가 8일 마엘의 콘텐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어 정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우느라 스트레스 받는 것도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영어도 모국어를 배우듯 놀면서 물 흐르듯 흡수되어야 인출이 빠르고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강압적으로 접하게 하니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노래 중에 ‘동물들이 계속 떠나 숲속에 혼자 남아 있는 나무가 풀이 죽은 채 외로워하자 별이 괜찮다고 달래주는 가사가 있다”며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자극할 수 있는 시적인 노랫말을 영어로 계속 접하게 하다보면 공감능력 향상은 물론 자연스럽게 영어를 따라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현재 마엘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음악과 함께 콘텐츠 일부(‘하이드 앤 씩’, ’슬로우 앤 퀵’ 등)를 공개했다. 본 제품 출시에 앞서 마엘의 철학을 널리 소개하고자 함이다. 업로드와 동시에 조회수가 고공상승하며 이미 여러 곳에서 투자와 관련한 각종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정씨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한정된 자원으로 사람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마엘의 목표다“며 “음악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들에 대한 기획을 구상하는 중”이라는 말을 덧붙다. 사운드 북을 포함한 다양한 마엘 제품들이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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