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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질환에 ‘불치’라는 낙인 지울 수 있을까

입력 : 2018-04-14 03:00:00 수정 : 2018-04-13 20: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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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스스로 변하는 성질 ‘신경가소성’ 통해/ 뇌의 자체 치유력 일깨우는 치료법 제시/“뇌는 기계와 같아 한번 망가지면 끝”/
주류 과학계의 400년 이어온 관점 뒤집어
노먼 도이지 지음/장호연 옮김/동아시아/2만5000원
스스로 치유하는 뇌/ 노먼 도이지 지음/장호연 옮김/동아시아/2만5000원


“인간 뇌는 한번 손상되면 스스로 고치거나 기능을 되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뇌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으며 치유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정신의학과 노먼 도이지 교수는 종래와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뇌는 스스로 치유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뇌질환은 치료 가능하다는 것이다. ‘손상된 뇌 스스로가 치유할 수 있다’는 학설은 이미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학자들에 의해 제시된 바 있다. 저자는 이를 좀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불치병이라고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발달장애, 뇌전증 등 뇌질환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책 원 제목은 ‘The brain’s way of healing(미국 Viking Press, 2015)’ 

미 허핑턴포스트에 실린 노먼 도이지의 뇌 사진.
허핑턴포스트
저자에 따르면 지난 400여년간 주류 과학계는 ‘뇌는 바뀔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왔다. 뇌는 멋지게 돌아가는 기계와 같다는 것. 그래서 뇌졸중이나 부상, 질병으로 인해 뇌 한 곳이 망가지면 영영 고칠 수 없다고 여겼다. 기계는 스스로를 고치거나 새로운 부품을 생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간 뇌는 애초 바뀌지 않거나 하드웨어로 고정되어 있다고 본다. 이는 정신 지체나 학습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은 평생 그렇게 살 운명이라는 뜻이다. 인간 뇌를 컴퓨터로, 뇌의 구조를 ‘하드웨어’로 치부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기계는 갈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나이든 사람들의 정신적 활동과 운동 역시 퇴화하는 것으로 본다. 뇌의 쇠퇴를 막으려는 노인의 노력은 시간낭비라는 것이다.

저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뇌는 정교하게 스스로 치유하고 전반적으로 기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신경가소성’이라고 했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란 뇌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알아서 바꿀 수 있는 성질이다.

지금까지 피부, 간, 뼈, 소화관, 혈액 등은 줄기세포(아기 세포)를 이용해 잃어버린 세포를 보충할 수 있지만, 뇌에서는 줄기세포를 찾아낼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뇌는 고도로 전문화된 수백만 개의 회로들로 이루어진 기관이며, 진화 과정에서 대체 부위를 공급하는 능력을 잃었다는 게 정설로 되어 있다. 근본적으로 뇌질환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뇌질환 치료는 처방제 약물을 사용해 왔다. 약물을 사용해 뇌의 화학적 균형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처방이다.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증상이 진행되곤 한다. 뇌질환 환자의 고통은 지속되거나 가중된다.

저자 노먼 도이지는 “인간 뇌는 스스로 작동해 손상된 부분을 회생시키는 능력이 있다”면서 “빛, 소리, 운동 등의 자극을 뇌에 전달 가능한 전기신호로 바꾸는 방법과 경로를 개발해야한다”고 말했다. 저자가 한 어린이에게 치유법을 설명하고 있다.
토론토스타 제공
하지만 저자는 뇌가 스스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다시 말해 신경가소적 치유방법을 제시한다. 빛, 소리, 진동, 전기, 인체동작 등을 통해 뇌 자체의 치유력을 일깨우는 방식이다. 여러 형태의 에너지를 뇌가 사용하는 전기신호로 바꿔 뇌의 활력을 되살리는 치유법이다.

이는 뇌와 몸은 상호보완 관계라는 명제로 연결된다. 지금까지 ‘제왕적 뇌’가 통념이었다. 뇌가 모든 것을 지령하면 다른 신체기관은 그 명령을 수행하며 움직인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뇌는 수백만년 동안 몸을 돕기 위해 진화해 왔다. 즉, 뇌와 신체는 상호 영향을 받고 적응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뇌와 신체는 양방향 소통으로 작동한다. 인간 뇌는 몸과 연결되고 신체의 감각기관을 통해 바깥세상과 연결된다.

이는 뇌질환 치료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예컨대 뇌졸중으로 뇌를 다쳐 발을 쓰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발을 움직여주면, 망가진 뇌 회로가 휴면상태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뇌와 몸은 동반자이며 이런 치료법은 부작용도 거의 없다.

저자는 이를 신경가소적 접근법이라고 했다. 그는 “환자의 마음, 뇌, 몸 전체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히포크라테스는 몸이 일차적 치유자라고 보았고, 의사와 환자는 더불어 협력해 몸이 스스로 치유력을 가동하도록 돕는 게 인체다”고 했다.

저자는 2016년 ‘기적을 부르는 뇌’(The Brain That Changes Itself)를 국내에 출간해 유명해졌다. 이 책에는 갖가지 뇌질환 치료 사례와 치료법이 담겨 있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인간 뇌는 인간이 알고 있는 컴퓨터가 아니다. 인간이 아직 도달할 수 없는 우주적 존재이며, 관련 연구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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