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우’로 불리는 안지환씨가 자전적 에세이 ‘마부작침’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코스모스하우스 제공 |
성우 안지환(50)이 12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자전 에세이 ‘마부작침’(코스모스하우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1993년 MBC 11기 공채로 출발해 25년간 ‘TV동물농장’ 등 5000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국민성우’라는 타이틀을 얻은 그는 “살아온 얘기를 풀어 놓았다기보다는 토해 놓았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극약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로 가난과 싸워야 했고, 세 차례나 피를 토하며 목소리를 바꾼 끝에 국민성우로 자리매김했다.
“원고를 넘길 때까지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활자화된 책을 보니 내가 너무 엄살을 떤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힘들게 건너온 20대를 회상할 때는 잠시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그는 “방송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보증금 120만원에 월세 12만원짜리 집에서 살았는데, 차비가 없어 여의도에서 목동 달동네에 있는 집까지 걸어가곤 했다”며 “동기들이 한장에 1500원하는 식권 10장을 사준 적도 있지만 그때도 불행하다기보다는 그저 가난은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책을 쓰겠다고 하자 아내는 조심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방송계 인사들의 실명이 여럿 등장하는 데 그분들께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신경 쓰라는 말이었습니다.”
딸 예인이는 걸그룹 멜로디데이 멤버로 활동하며 중앙대 연극영화학과에 재학 중이다.
“올해 쉰살이 된 지금도 신인배우상을 받는 것이 꿈입니다. 딸보다 먼저 받고 싶습니다.”
그는 “극작가 버나드쇼는 자신의 묘지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적었다는데, 저는 나중에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는데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