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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손 안대고 코 푸는 식 관광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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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2 23:40:43 수정 : 2018-04-12 23: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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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일상에서 받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떨쳐내고, 가족, 친구와, 때로는 혼자 여유를 만끽하고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할까 기대를 하면서 업무의 중압감을 잠시 잊는다. 여행을 다녀와선 단조로운 일상으로 복귀하지만 즐거웠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고, 주위 사람들과 여행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이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린다. 일반적으로 여행 하면 떠오르는 일련의 과정은 이렇다. 여행은 생각만 해도 사람을 들뜨게 하고, 즐겁게 하는 힘이 있다.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말이면 고속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하고, 호텔과 리조트는 몇 개월 전 예약하지 않으면 방이 없다. 연휴면 북새통을 이루는 공항이 새삼스럽지 않다. 여행이 일상화하면서 단순히 멋진 풍광 등을 보고 돌아오던 여행의 목적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주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던 곳이라도, 자신만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이 인기를 끈다. 지역 사람들만 알음알음 알던 허름한 식당이지만 독특한 맛에 반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여행객의 특성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지자체 등에선 예산을 들여 새로운 시설을 조성하는 데만 급급하다. 개관했지만 찾는 이 거의 없는 박물관이 수두룩하고, 바래진 벽화마을이 넘쳐난다. 개점휴업 중인 집라인은 부지기수고, 동네 잔치 수준의 축제가 대부분이다. 이것뿐인가. 웬만한 여행지치고 출렁다리, 레일바이크, 스카이워크 등이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여행을 좀 다니다 보면 “어디를 가나 다 비슷비슷하다”, “거기가 거기다”란 말이 나오게 된다. 이 같은 ‘관광개발 유행’은 여행객 수 등 성과만 집착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에 기인한다.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 부처도 관광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성과에만 집착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2014년부터 시작한 여행주간이 대표적이다. 국내 여행 확산을 위해 다양한 행사와 축제, 숙박·체험·음식 등 할인을 진행하는 여행주간은 통상 4∼5월과 10∼11월 국내 여행 성수기에 진행된다. 캠페인을 하지 않아도 여행객이 넘쳐나는 때다. 여행주간의 주요 프로그램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집중된다.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때 진행되니 성과가 안 날 수 없는 구조다.

이귀전 문화부차장
문체부가 그간 발표한 여행주간 추진계획 자료의 첫 페이지엔 여행객이 늘었고, 지역내수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의 ‘주요 성과’가 등장한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의 정책으로 자화자찬하는 것은 낯부끄럽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냥 쉬는 것도 재충전이지만 여행도 포함될 것이다. 남들이 떠날 땐 누구나 떠나고 싶어진다. 그렇지 않을 때 여행을 ‘탁’ 떠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비수기에 여행을 떠나게 하는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여행객이 많이 오는 걸로만 평가해 지원금을 주는 정책 대신, 지역만의 특성을 살린 관광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관광 정책일 것이다. 정부의 관광 정책에도 봄이 오길 바란다.

이귀전 문화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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