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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악재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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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1 20:16:39 수정 : 2018-04-11 20: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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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위한 관료 동원에 정권 붕괴 우려… 위기의 결말은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를 꿈꾸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바닥을 알 수 없는 악재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악재가 터져 나올 때마다 아베 총리는 “고름을 다 짜내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집권 자민당 안팎에서는 정권이 이대로 붕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아베 정권을 강타하고 있는 악재의 특징은 관료 조직이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베 총리 개인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사학법인 ‘모리토모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한 사안과 관련한 공문서를 재무성이 조작했다고 지난달 인정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재무성은 문서에 등장하는 협상 과정과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의 이름 등을 삭제한 ‘조작 문서’를 국회에 제출했으나 해당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원본 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공문서 조작이 들통났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국회에서 “나와 아내가 관여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키에 여사는 이 학원이 신설하려던 초등학교의 명예 교장을 맡고 있었다.

우상규 도쿄특파원
뒤이어 재무성이 국유지 가격을 할인해 준 근거로 내세웠던 땅속 쓰레기 철거 비용과 관련해 학원 측에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매장된 쓰레기 양을 과도하게 부풀려 가격을 깎아줬는데 이를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트럭 수천대를 사용해 쓰레기를 처리했다”고 말하라고 말맞추기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학원 측은 이 요구를 거부했다.

아베 총리의 친구가 운영하는 ‘가케학원’이 50여년 만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 과정에 아베 총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총리 비서관이 수의학부를 유치하려던 지자체인 에히메현 담당자와 만난 자리에서 “본건은 총리 안건”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기록한 문서가 지난 10일 발견된 것은 국민의 실망감을 더욱 키웠다.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당시 총리비서관은 “내 기억으로는 에히메현 인사와 만난 적이 없다”고 애매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나카무라 도키히로(中村時廣) 에히메현 지사는 “해당 문서는 회의에 참석했던 현 직원이 보고를 위해 작성한 비망록”이라며 “이 직원은 매우 성실하게 일해 온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자위대가 해외 파병 자위대의 일일보고 문서를 은폐한 사건의 배경도 비슷하다. 해당 문서에는 파병 지역이 전투지역으로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경우 자위대를 철수해야 한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원했다. 문서 은폐는 아베 총리가 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베 정권은 이후 파병 자위대에 부대 밖으로 출동해 유엔 인사 등을 보호하는 ‘출동 경호’ 임무를 추가로 부여하고, 경우에 따라 선제공격도 할 수 있게 했다.

아베 총리가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조차 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총재 3연임에 성공해 총리 임기를 3년 연장함으로써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되겠다는 꿈도 사라지게 된다.

아베 총리가 위기에 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차 집권기인 2007년에는 사회보험청의 ‘사라진 연금’ 문제로 수세에 몰리다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해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했을 때는 내각개편에 이은 ‘중의원 해산’ 카드로 위기를 넘기는 노련함을 과시했다. 이번 위기는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운명의 선택은 2007년의 재현일까 2017년의 재현일까.

우상규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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