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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강남좌파의 심리학과 부동산제국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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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9 21:23:12 수정 : 2018-04-09 21: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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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좌파, 욕망과 위선 가득
부패로 쌓은 부, 죄책감 덜려
특별한 철학 없이 좌파 행세
강남공화국 못 벗으면 암울
초기자본주의의 모순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근대서구사회의 문제로 떠올라 사회주의운동이 일어날 때 프티부르주아라는 계급이 등장했다. 이들은 계급적으로는 부르주아에 속하면서도 프롤레타리아해방운동에 앞장선 지식인들이었다. 한국도 해방공간에서 지주계급에 속하면서도 서구·일본유학을 통해 좌익사상을 배우고, 좌파운동에 앞장선 다수의 프티부르주아 인물들이 있었다.

이들 프티부르주아들과 달리 최근 한국에 ‘강남좌파’라는 말이 등장했다. 강남에서 상류층으로 살면서도 의식은 좌익적 성향을 가진 부르주아좌파 지식권력엘리트들을 말한다. 이들은 학창시절 운동권(민주화운동)의 경험이 있거나, 유학을 통해 소위 진보적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남들과 다른 지식정체성을 뽐내거나, 아예 마르크스주의에서 구원을 찾는 기독교마르크시즘에 속하는 사람 등을 말한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강남좌파와 프티부르주아의 차이점은 전자는 사회주의적 실천은 별로 하지 않으면서 의식만 좌파적 성향을 가진 부류인 반면, 후자는 실지로 열정적으로 사회주의운동을 실천한 부류이다. 강남좌파들의 특징은 산업화를 이룬 남한에서 경제적으로는 잘 먹고 잘살면서도 주체적인 사고나 철학이 없기 때문에 사회주의나 주사파에 물들어 있는 지적 허영과 위선의 부류들이다.

한국의 고도성장은 초기자본주의의 모순과 비슷한 계급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사회주의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활개를 치는 것은 그만 한 이유가 있다. 산업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의 결정적인 결함은 그것에 걸맞은 철학이나 윤리의식 혹은 역사의식이나 신화를 확립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일성주체사상에도 맞상대할 철학이 없는 것이 우리의 불편한 진실이다. 남의 철학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한 강단철학자로 인해 ‘이 땅에서 철학하기’는 철저히 실패했다. 성리학과 자유주의철학을 비롯해 현실에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하는 휘황찬란한 동서양 철학들은 어디를 갔는가.

지식권력재벌엘리트의 뼈아픈 반성이 없이는 한국의 문제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오늘날 민중민주주의에 그 대표성을 넘겨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득권층과 일반서민대중의 소득격차는 위험수준을 넘은 지 오래다. 더 이상 자유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것이 과분한지, 역부족인지 사회적 피로증후군이 만연해 있다. 젊은이들이 ‘헬 조선’을 외치고 있는 것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 가장 낮은 결혼율·출산율을 자랑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신혼부부들은 내집마련은 고사하고 육아교육비가 무서워 출산을 회피하고 있다. 아이를 셋 이상 가진 젊은 부부에게는 적어도 전셋값을 국가가 대신 내주거나 넷 이상 가진 부부에게는 아예 집을 주는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인구절벽 앞에 한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상위 10%가 국가 재화의 90%를 갖는 부의 쏠림현상이 더 이상 심화되면 한국은 저절로 사회주의화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공화국, 강남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강남지역 사람들에게 국가관이 있는지 의문이다. 강남좌파들의 의식 속에는 조선을 망하게 한 사이비선비와 기회주의자의 모습이 진하게 풍겨온다. 이들은 문과식비(文過飾非: 허물을 꾸미고 잘못을 가리다)하는 소인배의 전형이다. 겉으로는 세계인을 자처하면서 좌파이념으로 고백성사와 면죄부를 받고 스스로 자위하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날 강남의 집값은 천정부지다. 부동산 재테크에 길들여진 강남 부유층들은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강남 집값은 한국의 자본주의와 재화를 빨아먹는 블랙홀과 같다.

강남좌파와 함께 한국적 사회병리현상으로 드러난 것이 귀족노조이다. 이들은 프롤레타리아를 자처하면서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귀족이 된 부류이다. 그런 점에서 강남좌파와 같은 지평의 대척점에 서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선에 있다. 말하자면 둘 다 위장좌파들이다.

대한민국이 주체사상에 맥을 못 추는 이유는 경제제일주의에 있다. 잘살기만 하면 민주주의도, 통일도 저절로 되겠지 하는 안이한 태도와 철학의 빈곤과 공백이 오늘의 혼란과 갈등의 원인이다. 부정부패와 욕망의 노예가 된 강남의 위선적 보수기득권층에게는 대안이 없는 것 같다. 주인의식이 없는 이들로 인해 무례(無禮)가 정의로 둔갑한 오늘의 사회가 도출되었을 것이다.

강남좌파의 심리학과 부동산제국 강남은 내밀하게 연관을 갖고 있다. 부정부패와 투기로 얻은 부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혹은 철학부재의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좌파를 위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비겁한 보수우파들은 반성은 고사하고 침묵과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진정한 좌파도 우파도 없는 ‘무(無)철학’ ‘무뇌(無腦)’ 지역이다.

철학은 없고, 기술만이 난무하는 ‘무(無)철학’의 한국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자생철학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과 역사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기초연구를 다져가야 한다. 남한이 ‘위선의 천국’이라면 북한은 ‘거짓의 지옥’이다. 동방예의지국이었던 한국이 ‘무례의 한국’ ‘배반의 한국’ ‘저주의 한국’이 되면 신도 이 나라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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