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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공생의 시계’… 스스로 돌아간다

입력 : 2018-04-07 03:00:00 수정 : 2018-04-06 19: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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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생태계 유기적 연결/서로 맞물리며 개체수 조절/인간 섣부른 개입 위험 초래/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
페터 볼레벤 지음/강영옥 옮김/더숲/1만6000원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 나무가 구름을 만들고 지렁이가 멧돼지를 조종하는 방법/페터 볼레벤 지음/강영옥 옮김/더숲/1만6000원


겨울철 사냥꾼들이 노루나 사슴, 멧돼지에게 사료나 옥수수를 먹이로 주곤 한다. 좋은 의도였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왔다. 열매를 맺지 않는 계절에 멧돼지나 노루, 사슴 등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어 죽는다. 자연스럽게 무리의 개체수가 조절되는 것이다. 나무들의 ‘먹이 공급 제한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인간이 먹이를 주면서 야생 멧돼지 개체수가 급증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숲의 미래는 어두울 것 같지만, 자연의 네트워크는 다시 작동한다. 야생 멧돼지에게 숲 속 지렁이는 좋은 먹이다. 먹이를 찾느라 땅을 파헤친 멧돼지가 지렁이를 먹을 때 유충이 따라 들어간다. 유충은 멧돼지의 기관지에 잠복하다 내장을 공격해 염증이나 출혈을 일으켜 죽게 만든다. 나무의 전략은 힘을 잃었지만, 지렁이가 야생 멧돼지 개체수의 또 다른 조절자가 된 것이다.

독일에서 30년 넘게 산림감독관으로 지내온 숲 해설가 페터 볼레벤은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에는 자연의 네트워크 속에서 나름의 의미와 주어진 역할이 있다”고 말한다.

자연은 거대한 시계 장치와 유사하다. 모든 것은 일목요연하게 질서를 이루고 있다. 모든 것은 서로 맞물려 있으며 정해진 자리와 역할이 있다.

포식자인 늑대는 초식동물의 잔여 개체수를 조절하여 사슴 개체수 급증을 막는 역할을 한다.

생태계에서 ‘시계의 톱니바퀴’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동물이 늑대다. 인간은 복잡한 생태계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인간에게 늑대는 방해꾼이다. 인간이 늑대를 멸절시키면 목동들의 적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미세한 시계 장치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강의 흐름이 바뀌고 지역적으로 멸종하는 조류의 종이 많아진다. 늑대가 숲에 야생의 기운을 다시 불어넣어 주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울창한 숲에서 늑대 개체수가 증가할수록 멸종된 동물이 숲으로 되돌아온다. 스페인에서는 두루미 개체수가 증가하자 소시지 생산량이 감소하는 일이 있었다.

개미들은 산림관과 숲 소유주들의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다.

개미들은 악명 높은 해충들을 전부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사체들까지 처리하기 때문이다. 개미는 은밀한 정복자이며 숲의 지배자다. 게다가 자발적인 행위가 아니기는 하지만 희귀종 조류 보존에도 도움을 준다. 딱따구리, 몸집이 까마귀만 한 까막딱따구리, 검은 뇌조, 큰 뇌조는 개미집에 붙어 있는 유충과 번데기를 좋아한다. 불개미가 ‘유용한’ 동물의 카테고리에 들어갈 이유가 충분하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개미의 세계를 관찰하면 조금씩 의심이 생긴다. 정말로 개미는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생물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답을 전해준다.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자연이 시계 장치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 네트워크는 촘촘하게 짜여 있다. 따라서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인간이 자연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는 “인간이 조금이라도 섣불리 자연에 손을 대면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서 “따라서 인간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연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숲에 대한 과학적 발견들을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고 전하는 재주를 지녔다.

그의 글은 학문을 연구하는 과학자의 시각이 아니다. 숲에 대한 애정과 유머를 담아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숲 해설자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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