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멜로영화는 분위기에 취하는 맛으로 보는 것”

입력 : 2018-04-05 21:04:20 수정 : 2018-04-05 21:28: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여자친구의 죽음 뒤 혼란 겪으며 /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 보편 주제, 도플갱어·마술로 풀어 /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 빅히트 / 이번엔 일본 배우와 현지서 촬영 / 주연 후루카와·후이지 한국팬 많아 “지난 1월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는 ‘한국적인 느낌이 난다’는 평을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일본영화 같다’고 하네요. 저도 다시 보면서 이 영화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한국 감독이 일본 배우들과 일본에서 만든 영화가 일본영화인가, 한국영화인가. 하지만 결론은 둘 다 아니라는 거죠. 이 영화는 ‘곽재용 월드’ 그 자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등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멜로 거장 곽재용 감독이 새 영화 ‘바람의 색’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일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영화 ‘바람의 색’으로 돌아온 곽재용 감독은 “‘클래식’ 이후 15년 동안 변함없는 ‘멜로 퀸’ 손예진과 다시 한번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5일 개봉한 ‘바람의 색’은 일본 도쿄에 사는 남자가 여자친구의 사망 후, 홋카이도에서 같은 얼굴의 다른 여성을 만나 혼란을 겪으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도플갱어와 마술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풀어간다.

도쿄 남자 료와 오사카 남자 류를 연기한 배우 후루카와 유우키는 일본드라마 ‘장난스러운 키스’를 통해 한국에도 팬을 꽤 보유한 배우다. 곽 감독이 “마음만 먹으면 진짜 마술사로 데뷔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할 정도로 마술이 수준급에 달해 모든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유리와 아야 두 인물을 연기한 후이지 다케미는 1만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신예. 두 주인공 모두 노련한 연기력보다는 풋풋한 느낌과 사랑스러운 커플 케미로 영화를 가득 채운다.

“멜로영화는 분위기에 취하는 맛으로 보는 것이거든요. 제 영화의 특징은 스토리보다는 감정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클래식’의 경우도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배우가 그 나이 때만 묻어나는 싱그러운 감성을 잘 표현해낸 영화였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어설펐음에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죠.”

‘바람의 색’ 남녀 주인공은 서로가 누구인지 헷갈려하다 그 자체로 사랑하기 위해 새로운 이름을 짓게 된다. 레옹과 마틸다. 이들이 헤어숍에 들어가 벽에 붙은 포스터 그대로 변신한 뒤 ‘레옹’의 주인공들처럼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 ‘바람의 색’ 한 장면
“헤어숍 포스터를 실제 영화 ‘레옹’의 포스터로 하고 싶었는데 못했습니다. 뤽 베송 감독에게 여러 번 접촉했고 제가 직접 손편지도 써 보냈어요. 무려 네 장짜리 편지였죠. 그런데 허락을 안 해주셨습니다. 저는 레옹을 좋아하고 뤽 베송 감독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탁한 건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선 ‘운이 많이 따랐다’고 곽 감독은 회상한다. 3월이면 거의 사라지는 홋카이도의 유빙도 첫 촬영에 들어간 3월 초에 운 좋게 담아낼 수 있었다. 홋카이도 북부 오호츠크해에서 1∼2월에 주로 관측되는 유빙의 아름다움과 그를 배경으로 한 키스신은 이 영화의 백미다.

멜로영화가 주류였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요즘은 멜로영화 흥행이 저조할뿐더러 제작도 많지 않은 추세다. 최근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흥행으로 한국 멜로 영화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이후 개봉 예정인 멜로 영화는 ‘바람의 색’ 외엔 눈에 띄지 않는다.

“영화시장은 커졌지만 남성들이 떼로 나오는 남성 중심적 대형 영화에만 투자가 몰리면서 멜로 영화 시나리오 자체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쿨한 연애를 즐기는 요즘 세대들이 평범하고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재미없게 느끼기도 하고요. 여러 이유로 멜로는 점점 외면 받아왔습니다. 일본은 판타지와 타임슬립 등 신선한 소재를 접목시켜 멜로영화 부진의 돌파구를 찾고 있어요. 한국 멜로영화도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시도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멜로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만큼 자부심이 있는 곽 감독은 늘 젊은 배우들과 20대의 순수한 사랑을 그려왔다. 그랬던 그가 최근 성숙한 30대 사랑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결심했다. ‘클래식’을 통해 ‘멜로 퀸’이 된 손예진을 오랜만에 만난 뒤다.

“20대에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가졌던 여배우들이 30대까지도 그런 느낌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런데 손예진씨는 영화 속에서도, 사석에서도 예전과 똑같아요. 여유와 성숙함이 더해졌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멜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놀랐습니다. 예진씨와 다시 한번 작업하면 어떨까 정말 궁금해졌어요. 함께 하자고 제안했는데, 언젠가는 그날이 오겠죠?”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
  • 고민시 '완벽한 드레스 자태'
  • 엄현경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