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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사회로 가는 길] 집 없으면 출산 꺼려… 신혼 주거지원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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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4 06:00:00 수정 : 2018-04-03 22: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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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자금 부모 도움 평균 7900만원 / 차곡차곡 저축해 집 마련 힘든 현실 / 신혼부부 ‘전·월세→자가’ 6.9% 불과 / 주거 불안, 출산율 저하 악순환 불러
지난해 결혼한 A(서울·39)씨는 올해 하반기 새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다. 동년배들에 비해 늦은 나이에 결혼했지만 이사 때까지 출산 계획도 늦췄다. 신혼집으로 마련한 소형 오피스텔에서는 “애를 낳을 수도 없고, 키우고 싶지도 않다”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서다. A씨는 “아내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돈이 문제”라며 “아파트 대금 중 상당액을 대출받아야 하는데, 그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A씨의 사례는 한국의 신혼부부가 처한 환경을 잘 보여준다. 이들에게 차곡차곡 월급을 저축해 집을 마련하는 ‘주거 사다리’는 없다. 가구 확장과 주거 소요 변화 등에 따른 주거 상향 이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요즘처럼 서울 강남권의 새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자마자 4억, 5억원씩 공돈을 손에 쥐는 구조에서 집은 그저 돈을 버는 수단일 뿐, 사다리 역할은 아예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이런 현상이 워낙 오래, 광범위하게 벌어지다 보니 집이 없으면 이제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게 된다.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신혼부부 주거생활 주기와 출산 간의 연관성 연구’는 이런 실태를 짚었다. 연구팀이 통계청의 2015년 신혼부부 통계와 국토교통부의 2014~2016년 신혼부부가구 주거실태 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분석해보니 혼인 당시의 주택 점유 형태는 전세가 54.7%로 가장 많았고 자가가 26.3%, 월세가 10.7%, 무상이 8.4%로 나타났다. 또 혼인 당시 주택 점유 형태가 전세나 월세 등 자가가 아니었으면 현재도 자가가 아닌 경우가 93.1%로 대부분이었으며, 자가로 변화한 경우는 6.9%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신혼부부가 주거 사다리를 오르지 못했다는 증거다.

주거와 출산의 관계도 밀접하다. 자가로 변화한 경우 전월세로 남아있는 경우에 비해 현재 자녀 수와 계획 자녀 수가 많았다. 연구팀은 “신혼의 주거 안정성이 출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안정성 수준에 따라 차별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인구 현상에서 신혼부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은 더욱 심각해진다. 2016년 기준으로 신혼부부(혼인 5년 이내)의 출산이 전체 출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3.8%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신혼부부의 특성에 따라 차별적 지원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임대료 상승 억제와 같은 정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신혼부부는 어떤 처지일까. 국토연구원이 ‘신혼부부 주거지원 강화 방안 연구’에서 지난해 11월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 절반씩 500쌍을 설문했을 때, 전체의 66%가 주택자금 마련 시 부모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평균 지원 금액은 7900만원이었다. 이들은 부모지원 외에도 은행 대출을 활용해 추가로 주택자금을 조달했다. 대출금은 평균 8080만원이다.

이러니 신혼부부 감소와 출산율 저하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한국의 신혼부부는 2013년 약 30만가구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지만 2015년에는 29만가구로 줄었다. 혼인 건수는 1995년 43만5000건에서 2016년 28만2000건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출생아 수도 1995년 71만5000명에서 2016년 40만6000명으로 줄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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