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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테슬라와 북부흰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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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2 21:17:35 수정 : 2018-04-03 00: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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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앞세워 4차 산업혁명을
이뤄낼 능력이 있다면
병든 지구 회복시킬 수 있어
문제는 무능이 아니라 무지다
우버 자율주행차가 보행자 사망사고를 냈고 테슬라 전기차가 교통사고로 폭발하면서 운전자가 숨졌다. 교통사고 감식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버 차를 사람이 운전하고 전방을 제대로 보고 있었더라면 브레이크를 밟거나 운전대를 돌려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테슬라 자동차는 사고 당시 자율주행 모드가 켜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중앙분리대 충돌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폭발은 배터리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율주행차의 잇단 사고로 자율주행의 생명인 ‘안전운행’이 의심받고 있다. ‘미래를 판다’는 테슬라의 주가가 폭락하고 자율주행시스템을 불안하게 보는 눈빛이 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사고 사망자는 연간 3만3000명이고 그중 94%가 운전자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4000명이 넘는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사고 며칠 전까지 “자율주행 기술로 내년 말에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최소 100%에서 200%가량 사고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머스크의 장담이 현실이 되더라도 ‘100%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자율주행차에 기꺼이 목숨을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

김기홍 논설위원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AI)의 ‘윤리적 판단’ 등이 의심받고 있음에도 AI와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난관을 뚫고 성취를 이룬 것이 인간이 지나온 발자취다. 1차·2차·3차 산업혁명이 그랬고 이제 막 시작한 4차 산업혁명도 그런 과정을 거쳐 결실을 볼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이 혁명들은 ‘파괴적 혁신’을 통해 거듭났다. 그러나 그 파괴적 혁신 때문에 지구환경이 너무 많이 희생됐다. “더 늦기 전에 지구를 되돌려 놔야 한다”는 호소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4차 혁명의 환호성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

미래 기술 개발에 쏟아붓는 물심양면의 반의반만큼이라도 지구를 지키는 일에 돌리면 지구 걱정은 한결 덜 수 있다. 자국의 일자리와 무역흑자를 위해 세계와의 무역전쟁을 서슴지 않으면서 기후변화협약 탈퇴로 전 세계인의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들 때문에 지구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그래서 4차 혁명 뒤에는 지구와 인간을 위해 과학기술적 진보를 이루는 5차 산업혁명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간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4년 전에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로 지구환경이 한계상황까지 치닫고 있는 만큼 인류는 다가올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50년 안에 달에 정착하고 2100년에 화성에 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언처럼 된 호킹의 이 예언을 실현시키려는지 ‘혁신 아이콘’ 머스크는 “인류의 멸종을 피해야 한다”며 화성 정복 계획을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제정신이라면 호킹이나 머스크보다 “화성은 지구를 대신할 수 없다”고 한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루시앤 월코비치에게 주목해야 한다. 그는 3년 전 이맘때 글로벌 특강 테드(TED)에서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시킬 능력이 인류에게 있다면 지구를 지키는 것은 훨씬 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조치의 여파로 ‘쓰레기 대란’ 소동이 벌어지자 난리가 벌어졌다. 우리가 진짜 참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이를테면 전 세계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기상이변, 오대양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플라스틱 섬, 사라져 가는 열대우림 같은 것들이다. AI를 앞세워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할 능력이 있다면 병든 지구를 얼마든지 회복시킬 수 있다. 우리의 문제는 무능이 아니라 무지다.

인간의 무자비한 밀렵으로 세 마리만 남아 있던 북부흰코뿔소 가운데 유일한 수컷인 45살짜리 ‘수단’이 최근 죽었다. 수단의 딸과 손녀인 두 마리마저 세상을 떠나면 북부흰코뿔소는 멸종된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굶어죽고 새끼를 잡아먹는 북극곰의 모습은 처참하다. 우리의 열정과 노력을 오로지 산업 역량을 키우는 데 탕진하고 지구 보호에 쓰지 않는다면 우리도 짧지 않은 시간 안에 코뿔소와 북극곰의 뒤를 따라갈 것이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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