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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학개론] (4) 결혼생활의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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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31 13:00:00 수정 : 2018-05-04 18: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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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아래 사진)와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시즌2’(위 사진)가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나가는 이야기, 이른바 ‘소확행’을 담은 두 작품은 그 열풍에 힘입어 많은 이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결혼에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어떤 게 있을까? 
 


우리 부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최악(?)으로 꼽힌다는 ‘공대 남자+문과 여자’ 커플이다. 전공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자의적인 선택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공대생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집 그이는 순도 100%임에 분명하다. 수납정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방송에서 허지웅 작가나 전 농구선수 서장훈의 정리 장면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던 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반대로 ‘글 쓰는 한량’인 나는 정리보다는 쌓아두기가, 수납하기보다는 내 시야에 필요한 물건들이 보여야 마음이 편한 그런 사람이다.

우리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습관은 옷 정리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남편은 내가 개어서 옷장에 넣어두면 자신의 옷을 꺼내서 옷장의 크기와 색깔에 맞춰 다시 정리한다. 그 흔한 옷장 정리용 칸막이 없이도 그는 수십장의 옷을 자로 잰 듯 깔끔하게 처리한다. 그의 ‘정리신공’(?)은 보는 이들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다. 상황이 이 정도니 나의 설렁설렁한 옷 정리가 그의 맘에 들 리가 없고, 나 역시 그의 재능과 특기를 따라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해도 해도 표나지 않는 것이 집안일이라지만 매번 빨래를 개고 정리할 때면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극에 달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남편에게 두 번 일 하지 말고,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옷을 스스로(!) 개라고 제안했다. 더불어 기왕 하는 것, 아이와 내 옷도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은 ‘분노’의 다른 표현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수락했고, 우리 가정은 이 한가지 일로 일해 그야말로 ‘비둘기처럼 다정한 집’이 되었다. 고성이 난무하며 ‘제대로 했네, 안 했네’, ‘다시 하네, 마네’라며 다투던 우리는 ‘나는 빨래를 널 터이니 그대는 개시오’라며 서로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주말 오후, 그가 나에게 선물이라며 ‘잘 개어놓은 옷’을 보여준다. 솔직히 요즘은 100송이 꽃보다 그가 개어놓은 빨랫감 선물이 더 좋다.

뭐 별것도 아닌 일에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할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살다 보니 특히 결혼을 해보니 별것도 아닌 것이 큰 싸움이 되기고 하고, 때로는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은 바로 ‘남편이 개어놓은 빨랫감’이다.

글=이윤영 방송작가  instagram.com/bookwriter7,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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