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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학개론] (3) 결혼하기 전 이것만은 꼭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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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4 13:00:00 수정 : 2018-05-04 17: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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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화요일 밤이면 무언가에 홀린 듯 TV 앞에 멈춰 선다. 바로 얼마 전부터 시작한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때문이다. 제목뿐만 아니라 ‘좀 살아본 어른들의 서툰 사랑이야기’라는 부제가 맘에 들다 못해 가슴을 후벼 파는 드라마다. 오랜만에 복귀한 멜로의 거장 감우성(사진 왼쪽), 코믹과 멜로, 스릴러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캐릭터든 소화해내는 김선아(〃 오른쪽), 두 배우의 만남으로 진작부터 관심을 폭발시킨 사심 가득했던 드라마였다.

지난주 방송에서 감우성의 느닷없는 프러포즈로 둘은 결혼식을 올리고, 소박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극중에서 김선아는 아직 감우성의 건강상태와 자신에 대한 기억 등을 모른 채 결혼한다. 드라마 전개상 어쩔 수 없지만 ‘결혼,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뒤통수를 강타하며 ‘결혼하기 전 이것만은 꼭 하자’는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결혼하기 전에 배우자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 수 있을까? 하루 평균 5~10회 가는 화장실조차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것이 인간이다. 어차피 배우자에 대해서 100%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인륜지대사를 앞두고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에 대해서 잘 모르고 결혼한다는 것은 뭔가 찜찜하다 못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24시간 따라다닐 수도, 몰래 심부름센터에 의뢰해볼 수도 없다. 

5남매인 우리 형제들은 넷째를 제외하고는 모두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는 이는 알겠지만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절차가 좀 복잡하다. 일단 식장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고 더불어 식장과 날짜를 잡게 되면 부부교육이라는 것을 받아야 한다. 부부가 되기 위한 일종의 준비 강의인 이 수업은 교리용어가 함께 들어가 있어서 천주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이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럽다. 아니 솔직히 많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결혼 준비만 해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에 따로 짬을 내어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신랑, 신부가 신자라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겠지만 비신자거나 타종교인이라면 더 고역이다. 정말 사랑 없이는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그 어렵고 힘든 일을 해내서일까? 요즘 생각해보면 결혼을 준비할 때 했던 다양한 경험 중 이 부부교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예비부부를 위한 교육을 하는 기관이나 센터가 많아졌다. 결혼하기 전 부부가 되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자세 등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면서 생각을 나누고,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준비하는 과정을 갖는다면 보다 즐겁게 살 수 있고, 서로에 대해서도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시간과 돈이 허락되는 이라면 가까운 부부교육 기관을 찾는 것도 좋지만 꼭 이런 기관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볼 수 있다.

얼마 전 후배 부부와 함께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여러 고민을 토론하던 여자 후배는 힘들게 이직을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몇 년 만에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며 오랜만의 글쓰기가 주는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쓰고 있는 중이던 자소서를 봐달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누군가의 글에 대해 첨언이나 첨삭을 하는 것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간절한 그녀의 부탁에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옆에 있던 후배 남편이 자신의 것도 봐달라며 노트북을 편다. 나는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까 뇌를 완전 가동해 고민했다. 문득 한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두 사람의 글을 서로 바꿔서 읽어보게 하고, 각자 잘 쓴 부분과 더 보탰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엉겁결에 두 사람은 상대 자소서를 보게 되었고, 본인은 알지 못하는 강점들, 빼놓은 경험 등을 꼼꼼하게 살펴주었다. 나는 그저 그 둘의 모습을 쳐다볼 뿐이었다. 다음날 두 사람은 나에게 장문의 감사 문자를 보내왔다. 둘은 밤새도록 상대 글을 고쳐주며 서로에 대해 몰랐던 사실도 더 잘 알게 되고,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혼하기 전 많은 이들이 불안해한다. ‘과연 이 사람과 남은 인생을 잘 살 수 있을까’, ‘이 사람이 내가 알고 있던 좋은 사람일까’, ‘내가 모르는 상대의 모습이 있을까’ 등등 수천·수만가지 생각을 하며 밤잠을 설칠 것이다. 100% 상대를 알 수는 없겠지만 앞서 제시한 시간을 가져보면서 내가 선택한 사람에 대해 작은 확신과 무한대의 신뢰를 쌓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글=이윤영 방송작가  instagram.com/bookwriter7,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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