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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한반도 평화와 양안관계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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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2 07:36:10 수정 : 2018-03-22 07: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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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운명 직결된 ‘두 개의 축’과 ‘두 개의 제국’ 동북아시아의 전략적인 균형을 유지해 온 두 개의 축이 최근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 축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논의의 틀을 확장시키고 있다. 또 다른 축은 그동안의 ‘스테이터스 쿼’(Status Quo) 상태에 돌멩이가 떨어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바로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양안(兩岸)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북한 핵 이슈는 이미 남북을 넘어 국제사회 관심사로 비화했다. 최근 대북특사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으로 상황이 급진전하면서 중국, 러시아, 일본이 비핵화 대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적극 개입하고 있다.

양안 관계도 역시 역내 외교·안보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화약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대만 간 고위 인사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에 최종 서명했다. 대만을 지렛대로 대중 압박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중국의 반발로 양안 관계가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핵심은 세계 패권을 놓고 이 두 축과 두 개의 제국(미국·중국)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미·중 양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이슈를 동북아와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해 왔다. 양안 관계에서도 미·중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오며 서로의 견제 카드로 활용해 왔다. 두 개의 제국이 세계 패권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이 두 사안을 말판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동북아 전체 외교·안보지형에 일대 변혁이 올 수 있다. 우리에게 직접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만 문제와 한반도 문제는 서로 무관하지 않다. 대만 독립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반도에서의 6·25 발발과도 관계가 있다. 시계추를 70년 전인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선포 당시로 돌려보자.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이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했을 당시 중국의 모든 영토가 이들의 통제하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티베트는 물론이고 중국 남부에도 여전히 국민당과 연계된 군벌들이 존재했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은 패배한 국민당 정부의 대만 점령이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1950년 여름 대만 점령을 준비했다. 홍군(紅軍) 주력군을 남부에 주둔시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그러나 6·25가 발발한 이틀 후인 27일 미국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대만해협 중립화’를 선언하고 미 제7함대를 파견했다. 한국전쟁 발발이 미국 군사개입의 명분이 된 것이다. 이후 1951년 대일강화조약에서 일본이 대만을 포기했지만 귀속지를 정하지는 않았다. 당시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격렬히 반대했으나 이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최근 대만여행법 관련 중국의 격렬한 반대는 이 같은 과거 역사와도 연계가 되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선 외세 개입으로 통일이 눈앞에서 좌절된 데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미국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역사에서 ‘가정’처럼 무의미한 것은 없다. 그러나 현재를 낳은 과거를 복기해 보는 차원이라면 의미가 있다. 영국 사학자 E H 카가 언급했던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지금 우리는 우리 민족의 운명과 삶에 직결된 거대한 소용돌이의 앞에 서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한발짝 한발짝’ 신중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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