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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美 '미투 운동' 여성 정치 참여 확대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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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0 06:00:00 수정 : 2018-03-19 21: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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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피해, 남성 중심 권력구조 탓 분석 / 불평등 구조 타파 위해 정계 진출 나서 / 연방 상·하원 출사표 2년새 2배 증가 / 선출 공직 진출 희망 여성도 크게 늘어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면서 성 평등 실현을 위한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히 여성이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데는 남성중심사회 권력구조의 부조리에 그 뿌리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 불평등 구조를 근본적으로 타파하려면 여성이 정치권력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미투 운동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여성의 정계진출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는 11월에 실시되는 주지사, 연방 상·하 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 등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여성후보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여성의 정계진출 현황을 심층 진단한다.

◆2016년과 2018년 선거

미국에서는 2016년 11월에 실시된 대선과 총선에 이어 올해 11월에 전국 단위의 선거가 예정돼 있다. 미국의 여성단체인 ‘에밀리 리스트’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여성은 431명으로 2016년 선거 당시의 212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후보로 나서려는 여성이 339명으로 공화당 간판을 달고 출전하려는 여성 예비후보 92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올해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낸 여성후보는 50명으로 2016년의 25명에 비해 두 배가 늘었다. 선거후보 등록이 마감된 상태가 아니어서 여성후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올해 3월에도 중간선거 입후보 등록을 한 여성이 늘어나 지난 8일 현재 그 숫자가 575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여성의 선출직 공직 진출을 지원하는 에밀리 리스트는 2016년에 각급 선거 출마를 위해 이 기관에 문의를 한 여성이 920명이었으나 올해에는 그 숫자가 3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에밀리 리스트와 접촉한 여성이 모두 공직에 진출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들의 상당수는 미래에 선출직에 도전하려고 사전에 사정을 알아보거나 여성후보 지원을 위해 자문했다고 이 기관이 밝혔다.

불과 2년 사이에 여성의 연방 상·하 의원 출마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선출직 공직 진출을 희망하는 여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핵심적인 요인으로 미투 운동이 꼽히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행태에 분노한 여성들이 정치력 신장을 위해 대규모로 정계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에밀리 리스트가 밝혔다. 선출직 출마에 나선 여성의 4분의 3가량이 민주당을 선택한 것도 트럼프 정권에 대한 반감의 표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정계진출 여성 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미투 운동이나 트럼프 때문만이 아니고, 남성 위주의 사회 권력구조에 대한 여성의 불만이 분출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고 제니퍼 더피 쿡 폴리티컬 리포트 선임 에디터가 주장했다.

여성의 선출직 희망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당선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현재 연방 상·하원에서 여성의원 비율은 5명 중 1명꼴이다. 이는 여성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다. 특히 미국의 50개 주에서 여성 주지사는 현재 6명에 불과하다. 미국의 22개 주에서는 단 한 번도 여성이 주지사에 당선된 적이 없다. 미국의 12개 주는 현재 여성 하원의원이 한 명도 없다. 버몬트주와 미시시피주는 한 번도 여성 상·하원 의원을 배출한 적이 없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5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조지타운대학에서 여성리더십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2016년 대선에서 사상 처음 민주당 간판을 달고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본선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후 여성이 절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던 주지사 선거전의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올해 말에 주지사 선거가 예정된 곳은 36개 주이다. 미국여성정치센터(CAWP)에 따르면 이 중 35개 주 주지사 선거에 여성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는 물론 공화, 민주당의 주지사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예비 주자의 숫자이다. 이 중에서 본선에 몇 명이 나갈지는 당내 경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투로 쫓겨나는 정치인

한국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운동으로 낙마했듯 미국에서도 정치인들이 미투 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의 팀 머피 연방 하원의원은 내연관계인 여성에게 낙태를 권유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탄로가 나 사임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에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30대 정치 신예 코너 램 후보가 4선 경력의 공화당 릭 서콘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애리조나주의 연방 하원의원인 트렌트 프랭크스는 자신의 여성보좌관들에게 500만달러(약 53억3250만원)를 주겠다며 대리모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가 사임했다. 이곳에서는 4월12일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주 상원의원이 여성 우버 기사에게 강제로 키스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사임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 하원의원이 화장실에서 여성 로비스트를 바라보면서 음란행위를 했다가 쫓겨났다. 미네소타주에서는 주 하원의원이 여성 로비스트에게 성적인 내용이 담긴 텍스트 메시지를 보냈다가 사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몇 개월 사이에 미투 운동으로 사임한 연방 및 지방 의회 의원 선출을 위해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주가 12개 주를 넘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플로리다, 켄터키, 미시시피, 오클라호마,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현역 주의회 상·하 의원들이 성추행, 성폭행 등의 혐의로 쫓겨나 보궐선거가 실시되고 있다. 주민들은 왜 갑자기 보궐선거가 실시되는지 대체로 잘 알고 있지만 후보자들이 이 문제를 선거 이슈로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유권자들이 정치문화 풍토의 변화를 바라고 있지만 정작 선거전에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경제문제 등 민생 이슈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미투 시대 여성의 정치활동

여성이 공직선거에 뛰어들었다가 유세 과정이나 의정 활동을 하면서 성적, 정신적, 물리적 학대를 받은 사례가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고 폴리티코가 최근 보도했다. 이제 미투 운동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여성 후보자가 그 같은 위협을 단순히 피하려 들기보다는 정면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여성 후보자가 선거 유세 등을 하면서 성추행을 당하면 현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그다음에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그러한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공개하라는 게 여성 선거운동 컨설턴트의 조언이다.

여성 정치인을 겨냥한 정신적·물리적 학대 행위를 폭로하는 국제적인 연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유엔의 ‘여성에 대한 폭력 특별 보고관’은 여성의 정치활동을 방해하는 정신적 학대, 위협, 물리력 행사 등의 사례를 신고받은 뒤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유엔은 조사 대상 39개국에서 40%가 넘는 여성정치인이 살해, 강간, 폭행, 납치 위협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여성의 선출직 진출에 큰 장애요인 중 하나는 역시 정치 또는 선거 자금 문제이다. 현재 정치자금을 내는 큰손의 절대다수가 남성이라고 NYT가 최근 보도했다. 이런 정치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17년에 정치 또는 선거 자금을 기부한 여성의 비율이 2년 전보다 4배가량 늘어났다고 NYT가 전했다. 미국 여성계는 또한 그동안 금기로 여겨졌던 봉급 공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성이 직장에서 남성보다 어느 정도 봉급 차별을 받고 있는지 실상을 공개함으로써 남녀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도록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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