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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실온에 한 시간만 놔둬도 맛과 냄새가 변한다. 만일 지구 온난화 때문에 맥주가 영원히 ‘김빠진 알코올’처럼 된다면?

미국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은 15일 “기후변화가 미국 맥주 양조 산업을 어렵게 만든다”고 전했다.

맥주는 홉과 물, 맥아로 만들어진다.

홉은 맥주에 맛과 독특한 풍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일반 음식의 맛을 재료 본연의 맛과 양념 맛으로 나눌 수 있다면, 홉은 양념 역할을 한다. 그래서 북위 48도 이상 고위도에서 주로 자란다.

이런 홉이 잘 자라는 곳은 너무 덥지 않고 습도가 어느 정도 있는 곳이다. 미국은 독일에 이어 두번째 홉 생산국이다. 미국 홉은 유럽 홉에 비해 고온에 강한 편인데 워싱턴주, 오리건주, 아이다호주 등 미 서부에서 자란다. 특히 워싱턴주에서만 미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이 재배된다. 그런데 미 서부는 갈수록 덥고 건조해지고 있다.

워싱턴주에서도 가장 대표 재배지인 야키마의 경우 1979∼1999년 가운데 가뭄이 든 해는 14% 정도였는데 2070∼2099년에는 43∼6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도 문제다. 맥주 원료로 쓰이는 물은 겨우내 산 정상에 쌓여있던 눈이 녹아 흘러내린 것이나 강물을 끌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겨울에 눈보다는 비가 더 많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비는 지하수로 흘러들기 때문에 지하수를 퍼올리면 되지만, 지하로 스며든 물은 미네랄 함량이 올라가 맥주 맛이 변할 수밖에 없다. 양조 전문가들은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로 맥주를 빚으면 ‘소화제를 타서 마시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발아한 보리)도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곡식이 그렇듯 보리도 고온과 가뭄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미 농부들은 경제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리 재배 면적을 줄여가고 있다. 2016년 몬태나주에서는 보리 재배가 23%나 줄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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