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B초등학교는 학기당 3주간 ‘집중상담주간’을 운영한다. 또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www.neis.go.kr)를 활용, 학부모와 교사들이 원하는 때에 상담 시간을 갖도록 했다. 학부모는 언제, 어디서든 교사와 상담 가능한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가능하다. 학교 관계자는 “선생님들이 저녁상담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고 학부모들은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새학기를 맞아 자녀 담임 교사와 상담을 하고 싶어도 생업에 얽매여 낮에 학교를 찾지 못하는 학부모를 위해 ‘저녁상담’을 실시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직장 눈치를 보거나 일터를 비우기 어려운 맞벌이·편부·편모 가정 등의 학부모 상당수를 배려한 조치다.
14일 교육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학부모 상담주간을 실시하는 전국 시·도교육청(제주 제외)의 초·중·고등학교(1만739개교) 중 저녁상담을 운영할 학교가 6511개교(61.1%)로 파악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무부장은 “주·야간 모두 방문 상담자는 주로 엄마들이고, 가끔 부부가 오기도 하는데 저녁 상담 때만 그랬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각급 학교 1만1596개 중 저녁상담을 실시한 학교는 6040개교(52.1%)로 절반을 넘었다. 시·도별 저녁상담 실시학교 비율은 인천이 91.5%로 가장 높았고, 충남(89.8%)과 부산(79.4%), 대구(76.3%) 등의 순이었다. 학교급별로는 고등학교(62.9%)와 중학교(51.1%), 초등학교(48.3%) 순이었고, 특수학교는 53.2%였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저녁상담 운영 학교가 늘어나는 것은 기존의 학교 중심에서 교육수요자 중심의 상담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면서 “미운영 학교들은 학부모들이 주간상담을 선호하거나 통학로 조명과 안전시설 미비 등 야간 방문객의 안전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저녁상담과 찾아가는 상담의 경우 권고 사항일 뿐이고, 그 효과가 학교와 교사들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학교의 노력에만 맡기기보다 자녀를 둔 근로자들이 언제든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은 “학교가 맞벌이 학부모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직장에서도 자녀교육과 돌봄을 위해 눈치보지 않고 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온 사회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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