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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포스트(The Post)’는 베트남전쟁을 둘러싸고 4명의 미국 대통령이 당선과 동시에 권력유지를 위해 국민들에게 진실을 속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는 젊은이들을 선동해 전쟁터에 보내는 대통령에게 정면승부를 걸어야 했다. 신문사가 문닫게 될지도 모를 불안감 속에서 ‘펜타곤 문건의 보도’를 강행하는 편집국장과 사장의 결심은 ‘살아 있는 권력’을 겨누는 것이었기에 갈채를 받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고 권력자 아베 신조 총리와 재무성 관료들이 뒤얽힌 추악한 사학스캔들을 파헤쳤다. 1년여에 걸친 추적 끝에 재무성 관료들이 아베 총리 부부가 개입한 비리를 덮기 위해 국회에 조작된 공문을 보낸 것을 밝혔다. 아베는 “아내가 관여한 게 사실이면 사퇴하겠다”며 허위보도로 몰았다. 정점에 있는 권력을 겨눈 보도 이면에는 신문사 간부들의 고뇌와 갈등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두려움과 번민은 권력의 일탈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이 짊어져야 하는 숙명일는지 모르겠다.

살아 있는 권력의 힘은 중국 언론을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중국 언론들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헌법을 개정해 국가주석의 3연임 금지를 폐지하고 헌법에 ‘시진핑사상’을 명시했는데도 찬양일색이다.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마오쩌둥(毛澤東)주석 때 사용했던 ‘영수(領袖)’ 호칭을 끄집어내 ‘시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조금이라도 다른 시각의 보도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살아 있는 권력은 민간의 입마저 막아버린다.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시행사 파이시티 이정배 대표는 2012년 검찰 수사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입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함구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집권권력이어서 진술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옥살이를 감수하면서도 권력의 무서움에 짓눌려 입을 봉했던 것이다. 그는 그제 인허가 로비 당시 이 전 대통령을 서울역사박물관 인근 한정식집에서 만났다고 했다. 이상득 전 의원 소개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인사한 뒤 함께 이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했다. 권력의 힘이 빠지니 입을 연 것이다. 권력은 덧없고, 시간은 진실의 편이다. 펜타곤 문서, 사학스캔들, 파이시티 사건의 결론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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