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MB와 신념도, 신뢰도, 이익도 모두 무너졌다"

관련이슈 스토리 세계

입력 : 2018-03-13 10:00:00 수정 : 2018-03-12 21:35: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토리 세계] MB 소환 D-1 … 측근 그룹이 돌아선 이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1년 선배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 ‘40년 지기’ ‘측근 중의 측근’ 등으로 불렸다.

실제 그는 외환은행 등을 다니다 1977년 현대그룹 계열사 국제종합금융으로 자리를 옮기며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선 5년 내내 총무비서관과 총무기획관을 지내는 등 이 전 대통령의 재산과 집안 대소사를 40년 넘게 관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지난 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 전 기획관은 언론 취재나 검찰 수사 등에선 한사코 이 전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아 ‘이 전 대통령의 지킴이’로 통했다.

그런 김 전 기획관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나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실 등을 진술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측에 “그동안 버틸 만큼 버텼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MB)이 14일 서울 서초동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게 된 건 많은 물증과 함께 측근 그룹이나 인사들이 이 전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재임할 동안 ‘개국공신’ ‘최측근 그룹’ 등으로 불리며 이 전 대통령과 행보를 같이해온 측근 그룹들은 왜 이 전 대통령을 겨누는 ‘칼날’이 됐을까.

전문가들은 13일 측근 그룹이 이 전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하고 있는 건 결국 이 전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분석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수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신념·신뢰·이익 무너져 그룹 아이덴터티 상실”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이라고 불릴 수 있는 공통의 신념이나 신뢰, 이익의 공유가 근원적으로 붕괴돼 그룹이나 세력으로서 아이덴터티가 상실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영이나 측근 그룹이 형성·유지되기 위해선 공동의 신념과 신뢰, 그리고 이익이라는 3개의 축이 필요한데, 현재 MB와 측근들의 경우 이 3가지 축 모두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MB 진영의 중도 실용주의는 이미 깨진 지 오래됐고, 측근 인사들이 힘들어할 때 MB가 도와줬다는 말이 없는 것으로 봐 인간적인 관계도 많이 깨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여기에 이익의 축은 MB가 청와대에서 나오는 순간 권력을 잃으면서 이미 무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포토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주변 사람에게 인색한 것도 작용한 듯

전문가들은 측근 인사들이 대거 돌아선 데에는 이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향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즉 측근 인사나 그룹이 보기에 다소 인색한 게 아니냐고 해석되는 측면이 있었다는 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해관계와 배신감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MB의 지시가 아니었다고 하면 본인들이 모든 혐의를 뒤집어쓰고 불명예와 함께 법적 처벌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들이 과연 MB를 향한 충성심으로 그럴만한 마음의 자세가 돼 있겠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MB가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반대급부를 제시해었야 한다”며 “하지만 MB는 과거에도 현재도 주변 사람들에게 인색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MB가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그동안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정말 배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인데 이 사람까지 돌아선 것을 보면 개인의 성향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검찰의 결정적 증거 제시도 한몫

검찰이 적폐청산 수사에 힘을 쏟고 관련 제보가 쏟아지면서 이 전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한 부인할 수 없는 증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은 많은 측근이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이유에 대해 “검찰이 상당히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검찰은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해놓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측근들은 입을 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도 “결국 검찰 수사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정치는 의리로 맺어지는 집단이 아니라 가치로 맺어지는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의리를 안 지켰다거나 비즈니스 관계였다는 등의 평가는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분석도

일각에선 측근 인사나 그룹이 이미 세력이나 그룹으로서 의미가 상실된 상황에서 검찰의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증거 앞에서 살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앞서 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대통령 수사는 검찰과 이 전 대통령의 대결이 아니라 지금 구속된 MB 측근과 MB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B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아래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배신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 나름대로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