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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명 뿐인 여군에게 화장실 마련해주지 않고 괴롭힌 주임원사, 인권위 "징계하라"

입력 : 2018-03-12 07:43:34 수정 : 2018-03-12 1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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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내에 단 한 명 있는 여군에게 제대로 된 여자화장실을 마련해주지 않는 등 괴롭힌 주임원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12일 육군 모 포병대대 주임원사 A씨가 '부당 대우'했다며 여성 부사관 B씨가 낸 진정을 받아들여 육군참모총장에게 A씨를 징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A원사는 B씨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데다 B씨를 동료로 인식하지 않고 배제와 소외로 모욕감까지 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대 내 양성평등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점도 이 사건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면서 해당 사단의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 각급 부대 주임원사에게 양성평등 교육을 할 것을 아울러 권고했다.

2016년 9월 육아휴직을 마치면서 해당 포병대대 소속이 된 B씨는 이 부대에서 화장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대대 본부 건물에만 여자화장실이 하나 있었는데 이곳 출입열쇠는 부대를 방문한 민간인 여성이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행정실 직원들이 보관했다.

부대의 유일한 여군이었던 B씨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행정실 남성 군인들로부터 열쇠를 받아야 했다. 그나마 이 화장실도 고장 나 있었다.

결국 B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취사반에서 50여m 떨어진 위병소 면회객 화장실을 써야 했다. 급한 경우에는 탄약통을 요강으로 쓰기도 했다.

A원사는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

10월 말 유격훈련 숙영지에 여성 전용 화장실·세면장이 설치됐지만, A원사는 B씨에게 '이곳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하고는 자신이 썼다.

이로 인해  B씨는 부식 차를 타고 1.6㎞ 떨어진 인접 부대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B씨는 부대의 양성평등상담관에게 이런 고충을 털어놨지만, 상담관은 상담 내용을 A원사에게 전달해 B씨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B씨는 상급 부대의 양성평등상담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성 관련 문제가 아니면 도와주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B씨는 A원사의 괴롭힘은 물론,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2012년 군 내에서 상급자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까지 신고했고, 인권위에 진정도 넣었다.

B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병 휴직 중이며 2012년 당한 성추행 사건은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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