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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성범죄 형량 높였지만… 실제 처벌 강화될까

입력 : 2018-03-08 19:10:49 수정 : 2018-04-11 18: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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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대책 실효성 논란 / 유죄기준 너무 엄격 처벌 곤란…각계각층 여론 수렴 실행 시급 ‘성폭력특별법 제정(1994년), 전자발찌 제도 도입(2008년), 성범죄 친고죄 전면 폐지(2013년).’

지금까지 이뤄진 성범죄 관련 굵직한 제도 변화다. 모두 끔찍한 성범죄가 발생하고 피해자들이 극한의 고통을 표출한 뒤에야 이뤄졌다. 하지만 가해자 중심의 사고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성의식과 이에 따른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됐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 후 문화예술계와 정계 등 사회 전반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이 들불처럼 번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정부에서 8일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범죄 공소시효 연장 등 미투로 드러난 문제 일부의 개선방안을 담았을 뿐이다. 성범죄를 뿌리 뽑을 만한 강력한 방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상한선을 높인다고 과연 강력한 처벌과 성폭력 근절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이날 대책을 통해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의 법정형을 지금보다 배 이상 높이기로 했다. 현행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성폭행(강간)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돼야 강제적 성관계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 피해자가 저항이 곤란했던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만 성폭행을 인정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무거운 형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죄가 성립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해왔다. 아무리 형량을 높여놓아도 적용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합당한’ 처벌조차 어려운 탓이다.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은 “현재 미국의 일부 주와 독일에서 폭행·협박이 아니라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해외 입법 사례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 이번 논의에서는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2차 피해 예방책으로 성폭력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는 사업자에게 징역형을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성폭력 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방조한 행위 등에 대해서도 범죄 성립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2차 피해는 사업장이나 익명의 네티즌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범죄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도 일어난다. 강간죄를 입증하는 데 겉으로 드러난 폭행·협박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 등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는 상황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다. 그만큼 피해자는 죽을 힘을 다해 저항하지 못한 경우 스스로를 탓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성관계 거부의사를 얼마나 밝히고 어떻게 거부했는지, 가해자가 얼마나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했는지 등 피해 상황을 떠올려야 하는 것도 몸서리치게 하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성폭행을 당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마치 피해자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듯한 시선도 2차 피해를 유발한다.

현행법상 허위가 아닌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박 국장은 “현재 미투 피해자들의 폭로는 내용이 진실이고 공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명예훼손죄를 없앨 경우 과거 행적이나 성적 지향 등을 폭로하는 것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성별 권력구조와 성폭력 문제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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