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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벽 넘어 희망의 전도사로

입력 : 2018-03-07 20:43:12 수정 : 2018-03-07 21: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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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자원봉사 나선 장애인 육상선수 하태규/지체 장애 3급 판정 받았음에도/ 100m 13초대 주파할 정도 날렵/ 작년 체전서 100·200m 은메달/
‘장애인 잔치’ 주차 안내하며 보람/ 간질장애 김순예도 수화통역 등/ 모두 37명이 각분야에서 구슬땀
6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 주차장. 주차 안내를 요청하는 목소리에 바람처럼 달려 나가는 자원봉사가 눈에 띈다. 비록 몸은 좀 불편하지만 100m를 13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날렵한 움직임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오는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서는 장애인 육상선수 하태규(24)다.

패럴림픽 대회에 투입되는 자원봉사자는 6009명에 달한다. 이 중 장애인 참여자는 37명으로 비중이 매우 작다. 안방에서 열리는 ‘장애인의 축제’라지만 자신도 거동이 힘든 와중에 남을 돕는다는 것이 선뜻 내키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태규는 인터뷰에서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선수나 장애인 관중에게 필요한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운전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경사로를 주행할 때 내 도움이 절실하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어린 나이지만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는 입장에서 그 아픔을 두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장애인 육상선수 하태규가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하태규와 어머니 오미향씨가 지난해 11월 전북 임실 지역 평창올림픽 성화봉송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하태규 제공
지금은 경기도 평택대 재활복지학과에서 공부하며 스포츠 재활 전문가를 꿈꾸는 건실한 청년이 됐지만 과거가 순탄치는 않았다. 하태규는 태어난 지 불과 3개월이 지났을 때 왼쪽 뇌에 침투한 바이러스 탓에 몸 오른쪽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학창 시절 짓궂은 친구들의 놀림에 몸 쓰는 일조차 꺼렸다. 남들처럼 빨리 달리고 싶어 뜀박질을 하다가 넘어져 다치는 일도 많았다.

거듭된 상처 탓에 지독한 오기가 생긴 건 4년 전이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2014년 장애인 육상에 입문했다. 재활에 미친 듯이 매달린 끝에 지난해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서울시체육회 대표로 나가 100m와 200m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최고기록은 100m 13.85초, 200m 29초다. 학교에서 늘 부러워했던 ‘날쌘돌이’ 친구들 못지않게 달릴 수 있게 된 그는 그제야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하태규는 “패럴림픽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모든 사람에게 심어주고 싶다. 노력만 한다면 안 될 것이 없다는 것을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개막을 앞두고 식사도 제때 챙겨먹지 못할 만큼 바쁘지만 항상 웃는 낯으로 봉사하겠다”며 미소지었다. 이 말을 받아 그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인 어머니 오미향씨는 “아들아,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다”라며 곱게 눈을 흘겼다. 이처럼 현장에서 장애의 벽을 뛰어넘고 진정한 패럴림픽 정신을 전파하는 장애인 자원봉사자 덕분에 대회 열기는 한층 훈훈해질 전망이다.

한편 뇌전증(간질) 장애를 앓고 있는 김순예(43)씨도 수화통역 자원봉사자로 힘을 보탠다. 김씨는 국가 공인 수화통역 자격증을 따기 위해 40살에 대학 문을 두드린 ‘늦깎이 학생’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화동아리 활동을 했던 경험을 십분 발휘해 패럴림픽에서 청각장애인의 ‘귀’가 돼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김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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