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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지향할 통일 미래상은
자유·인권 바탕 한 민주국가
비핵화 미끼 대화공세는 詐術
허위 민족담론 놀음 경계해야
봄이다. 하지만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얼음장 밑으로 물소리는 들리건만 경칩 소식에 머리를 내밀던 개구리는 화들짝 놀란다. 한동안 실종된 듯했던 꽃샘추위도 제법 맹위를 떨치고, 패럴림픽이 열리는 강원 산간엔 눈보라가 흩날린다. 촛불·태극기 집회로 점철된 변화와 반란의 바람도 여전하다. 봄은 왔건만 봄은 아니라고 되뇌던 선현의 말이 실감나는 변절기다.

평창올림픽 이후로 미뤄놨던 한반도 현안들이 일거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전쟁이냐 평화냐부터 통일이냐 영구분단이냐까지 억측이 구구하다. 가공할 핵·생화학무기로 무장한 북한, 한반도를 집어삼키려고 호시탐탐 목을 조여 오는 중국, 식민시대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분단의 설계자이자 6·25전쟁의 배후로서 지금도 한반도 분단 이득을 저울질하는 러시아 등 주변은 온통 도적국가들뿐이다. 더 이상 숨을 곳도 도망갈 곳도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다.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미국과 북한 간 핵·미사일 치킨게임의 한가운데서 촛불로 집권한 국정 책임자들의 의심쩍은 행보마저 봄기운을 못 느끼게 하고 있다. 70년 비극이 서린 한반도 문제의 원인과 본질은 분단과 전쟁이다. 추구할 방향은 인류 보편적 지향점인 자유와 인권에 바탕 한 통일 국가다. 이를 망각한 일련의 통치행위는 속임수이거나 미봉책일 뿐이다.

유엔이 나선 고강도 경제제재가 지속되고, 미국의 북한 핵시설 폭격 프로젝트가 구체화되자 북한이 마침내 대화 테이블로 나왔다. 불리하면 대화·합작하는 건, 공산당의 고전적 수법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 날짜까지 잡혔다. 북한은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비핵화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북한은 핵을 개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 만약에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진다”고 했으나 끝내 책임지지 못했다. 수억 달러를 바치고 성사시킨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엔 “이제 전쟁은 끝났다”고 큰소리쳤으나 말의 여운이 채 그치기도 전에 북한의 핵 개발로 뒤통수를 맞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은 일리가 있고, 남한을 겨냥한 게 아니고 자위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화통일, 즉 대한민국을 지도상에서 없애는 게 국가목표인 북한 체제를 인정한 상태에서 평화·번영의 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민족 정체성을 부인하며 김일성민족이라고 참칭하는 자들의 거짓 민족담론 놀음을 방조한 것이다. 민족보다 계급을 중시하는 북한은 대남전략으로서만 ‘민족’을 끄집어낸다.

촛불정권은 처절하게 실패한 두 전직 대통령의 대북·통일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천명했다. 대통령선거 와중에는 보수를 불살라 궤멸시키겠다는 어마무시한 발언을 쏟아냈다. 국정농단 프레임에 한동안 정신을 잃었던 국민은 공약을 검증할 겨를도 없이 대선을 치렀다. 집권세력은 30년 장기집권을 운운한다. 민주주의는 여야가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개헌안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슬그머니 ‘자유’를 빼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북한은 남북 합의문에서 ‘추가 핵실험 등 전략 도발 중지와 남측을 향한 핵무기 불사용’을 거론했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이라는 전제가 있다. 대화 중단 시 언제든 도발하겠다는 말이다. 과거에도 숱하게 그랬듯이 북은 필요하면 또다시 대화를 중단하고 도발할 것이다. 천안함 폭침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다가 무리한 요구조건 때문에 뒤틀리자 도발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북·미관계 정상화도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로 이어지는 수순이다.

현재 북한에 가장 절실한 것은 경제제재 해제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건조 때까지의 시간벌기다. 비핵화 대화는 미끼일 공산이 크다. 위장 평화공세에 넋 놓고 북·미대화라는 북한의 시간끌기 전략에 박수만 보내다간 애써 이룩한 우리의 자유를 동반한 민주주의는 저만치 달아날 수 있다. 남북 대화와 통일 논의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과제는 인권 실현이다. 자유로부터 도피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삼가라.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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