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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남북대화 진전, 日 아베 정권은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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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07 21:14:18 수정 : 2018-03-07 21: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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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재 중단하면 군사력 강화 명분 약화 우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간 대화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 다음 달 정상회담도 결정됐다. 미국도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일 대북 공조를 외쳐 온 일본은 생각이 다른 듯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남북 대화 성과에 당황한 모습도 엿보이지만 여전히 “대북 압력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한과 만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와 ‘일본의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맞바꾸는 ‘스톡홀름 합의’를 했을 만큼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이던 때가 있었다. 납북 피해자 가족이 고령으로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어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2016년 2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일본은 대북 제재를 강화했고, 북한은 “일본이 스톡홀름 합의를 파기했다”며 관련 조사를 중단했다. 이후 일본은 북한을 상대로 대화가 아닌 압박을 선택했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일본이 대북 압박 노선을 고집하는 이유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최근 급격한 군사력 강화 노선을 걸으면서 북한의 핵·위협을 핑계로 삼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35A 42대를 구입하기로 했으며, 이 전투기에 장착해 적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도입하기로 했다. 호위함 ‘이즈모’를 개조해 항공모함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의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꿈꿔 온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설 경우 군사력 강화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이 주장하는 대북 압박 강화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한반도 비핵화다. 압박 강화는 이를 위한 수단의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본은 이 수단이 목표가 돼 버린 듯하다. 압박의 성과로 북한이 대화에 나섰으니 이 기회를 살려 비핵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대북 압박 강화만 외치고 있다. 남북이 만나 대화하는 것을 일본이 불편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북한이 당장 비핵화를 선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본 정부가 “과거 북한과의 대화가 비핵화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는 한국과 북한이다. 대화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오랜 분단 상황을 끝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반도는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자마자 외부의 힘으로 남북으로 갈라졌고, 이후 서로 목숨을 빼앗는 전쟁을 하다 휴전한 지 올해로 65년이 됐다. 남북 이산가족은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남북이 통일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력히 반대하는 나라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자국의 손익을 따져보려고 부지런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주변 강대국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

‘강철비’라는 영화에 나오는 “분단국가 국민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는 대사가 문득 생각난다. 한반도의 분단을 악용하려는 국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남북의 대화가 분단의 고통을 극복하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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