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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질주’에도 고개 떨군 김보름…베이징에선 웃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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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4 23:46:11 수정 : 2018-02-24 23: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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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역주를 펼치고 값진 은메달까지 땄다. 그러나 김보름(25·강원도청)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올림픽을 위해 혹독한 채찍질을 견뎠지만 ‘이제야 끝났다’는 후련함 대신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 태극기를 흔들며 기쁨을 표현하는 게 응당하지만, 그는 태극기를 빙판에 깔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에게 사죄의 절을 올렸다. 금메달을 거머쥔 일본의 다카기 나나가 환호하는 것과는 온도차가 컸다.

김보름은 24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결승에서 8분32초99의 기록으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포인트 40점을 얻어 준우승했다. 이로써 평창올림픽부터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첫 번째 은메달리스트로 남았다. 개인적으로도 영광이다. 이날 금메달로 김보름은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노메달’의 설움을 씻고 자신의 올림픽 첫 메달을 은빛으로 물들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김보름이 은메달을 획득한 뒤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다 성숙한, 은메달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바랍니다.”

한 해설위원의 촌철살인이다.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노선영(콜핑팀)에 대한 ‘왕따 주행’ 논란으로 김보름은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사건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본인도 이 부분에 대해선 변명을 내놓지 않았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할 정도로 핑계를 댈 여지가 없는 ‘사건’이었다.

노선영은 입촌 이후 선수들과 말을 섞는 일이 적어 따돌림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팀추월에서도 철저하게 소외당한 노선영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 중심에 김보름이 있었다. 동생 노진규를 위해 올림픽에 출전한 가슴 아픈 사연과 빙상연맹의 무능 행정이 더해지면서 김보름은 홀로 분노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보름이 시상대에 서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부분은 인과응보(因果應報)라 말한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노선영을 김보름은 외면했다. 그곳엔 순위를 떠나 스포츠 정신도, 그 흔한 동료애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사로 치부하기에는 국민의 보는 눈이 너무나 많았다. 결국 김보름은 자신이 한 행동 그대로 된서리를 맞았다.

그렇다곤 해도 모진 악재를 이겨내고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준 김보름에게 아직도 마녀 사냥을 이어가야 할까. 경기 뒤 김보름은 “지금 떠오르는 말이 죄송하다는 말밖에 없다. 다른 말은 못할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안좋은 일에 대해선 반성하고 있다”며 흐느꼈다. ‘악어의 눈물’로 봐도 좋다. 분명한 것은 김보름이 메달을 딴 기쁨보다는 국민적 미움을 받는 상황에 대해 통렬히 느끼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무게감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김보름은 아직 어린 선수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성적 지상주의는 아니다. 그러나 김보름이 보다 성숙한 마음가짐과 스포츠맨십을 가지고 돌아온다면, 적어도 그의 진심을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시상대에서도 웃지 못한 선수는 올림픽 대회 기간 김보름이 거의 유일했다.

강릉=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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