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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노동 '가짜 데이터' 논란에 머리 숙인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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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4 13:37:53 수정 : 2018-02-24 13: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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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답변서 인용한 데이터, 실제론 존재 안 해 / '일하는 방식 개혁', 갈림길 위에
사진=연합뉴스
웬만해서는 사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데이터 앞에서는 머리를 숙였다.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방식 개혁’의 운명이 갈림길에 선 모양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조사) 원표와 입력한 데이터를 대조해 상세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거듭 사과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재량노동제 대상 확대 등의 시행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베 총리는 법안을 이번 국회에 제출해 성립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앞서 지난 21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야당 6당의 합동 모임에서 2013년도의 ‘노동시간 등 종합실태조사’에서 87개 사업소, 합계 117건에 달하는 이상 수치가 발견됐다고 공표했다. 이 조사는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답변할 때 인용했다가 철회, 사과한 사건의 근거가 된 자료였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22일 국회에서 “다시 사과하고 싶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데이터가 1만건 이상에 달한다며 “후생노동성이 정밀히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예산위원회에서 그동안 조사 원표에 대해 “사라졌다”고 말해 왔으나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창고에 있었다”고 답변을 수정했다. 그는 “데이터를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최대한 빨리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도쿄 번화가 긴자거리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겠다며 관련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초과근무시간 상한 규제, 동일노동 동일임금, 성과 위주로 임금을 결정하는 ‘탈시간급 제도’, 재량노동의 대상 업무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의 국회”가 될 것이라며 관련법안 통과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재량노동은 실제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놓은 시간만큼의 임금을 노동자에게 주는 제도다. 일본 정부는 노동자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추진 중이지만 “수당 없는 노동 시간만 늘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지난달 “재량노동 제도의 노동자가 근무하는 시간이 일반 노동자보다 짧다는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가 실제로 그런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경에 빠졌다.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자 좀처럼 사과하지 않는 아베 총리도 법안 통과를 위해 머리를 숙이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가토 후생노동상은 법안의 시행 시기에 대해 “여당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예정보다 1년 늦춰서 2020년 4월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총리관저 간부도 법안 성립 후 하위법령 검토와 대국민 홍보를 고려해 시행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드러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야당 6당은 법안 제출 단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런 문제가 법안의 정당성을 해치는 것은 아니라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음달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생각이다. 아베 총리도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희망하는 일하는 방식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법안의 준비를 확실하게 진행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법안 성립을 목표로 삼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풀이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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