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르포] 계속되는 여진 공포… 잠 못 드는 포항

입력 : 2018-02-22 20:08:54 수정 : 2018-02-22 20:08: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규모 4.6 여진 후 5895건 피해/흥해체육관 천장도 일부 휘어져/이재민들, 대피소 생활 피로 호소/현재까지 8840명 심리상담 ‘심각’/지역경제 침체에 생계마저 흔들/市 “행정력 집중… 정부 지원 필요” “미세한 진동만 있어도 지진으로 착각하는 등 날이 갈수록 불안과 공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 김모(68)씨는 22일 “잦은 여진으로 밤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지진 트라우마 공포를 하소연했다.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23일로 100일을 맞는다. 지진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던 포항은 지난 11일 규모 4.6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면서 또다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공포감과 불안감 속에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뉴스 1
피해도 컸다. 21일 국가재난정보관리시스템(NDMS)에 등록한 피해 접수만 5895건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훨씬 크다. 포항시 각 읍·면·동에 신고된 피해접수 현황은 2만8000여건에 이르고 있다. 300명 가까이 줄었던 흥해체육관 대피소에는 4.6 여진에 다시 400명으로 늘었다. 3가구(9명)는 시내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3개월이 넘는 대피소 생활을 하는 이재민은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다. 이재민들은 집을 마냥 비워 놓을 수도 없어 한 번씩 둘러본 뒤 다시 대피소로 오고, 낮에는 생업을 위해 출근했다가 밤이 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대피소에서 잠을 자는 고단한 생활을 되풀이한다.

이재민 정모(54·여)씨는 “집에 가고 싶지만 지진이 또 발생할까 봐 불안해 가지를 못한다”며 “차라리 대피소에서 이웃과 생활하니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진 이후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한 심리상담치료센터에서는 지금까지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 8840명이 심리상담을 받았다.

최근 발생한 강한 여진으로 대피소 안전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규모 5.4 지진 이후 이재민 대피소로 사용하는 흥해실내체육관이 또다시 규모 4.6 여진으로 천장 일부 구조물이 휘어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진이 발생한 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가 벌인 두 차례 안전점검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4.6 여진에는 건물 옥상 외벽 패널이 불량하고 내부 천장을 받쳐주는 철제 구조물 일부가 휘어졌다.

포항시는 이재민들의 반대로 대피소를 옮기지 못한 채 궁여지책으로 체육관 천장에 설치한 대형 스피커를 치우고 조명등을 비롯한 위험요소를 이른 시일 안에 없앤 뒤 계속 사용키로 했다.

지진 진앙인 흥해읍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진 발생 이후 흥해읍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10월 말에는 3만4181명이었으나 21일 현재 3만3525명으로 656명이 감소했다.

흥해읍 마산리에서 한우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62)씨는 “식당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 된다”며 “월세를 내는 것도 힘에 버겁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포항시는 이같이 주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는 데다 지역경제가 침체 속에 빠져들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365일 상시 지진대비 체제’를 갖추고 있다. 재난 극복 역사를 쓴다는 각오로 지진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생존키트 보급 등으로 시민이 피부로 느끼고 안심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포항시의 한 관계자는 “지진 복구 등 수습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기업유치 등이 어렵게 되는 등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어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항=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