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2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법정을 찾은 한 방청객이 한 말이다.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국정농단 사건 주요 관계자들이 줄줄이 철창에 갇히는 와중에도 홀로 구속 위기를 모면해 ‘법꾸라지’(법+미꾸라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3번째 영장 청구 끝에 구속돼 수의를 입은 우 전 수석의 ‘운명’이 22일 결정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결심공판에서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의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개인 비위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하며 정작 본연의 감찰 업무는 외면했다”고 질타했다. 우 전 수석이 직무에만 충실했어도 일개 민간인에 불과한 최씨가 비선권력으로서 국정을 농단하는 어이없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장을 2차례나 기각하는 등 구속 결정에 극히 신중했던 법원도 막상 영장을 발부한 뒤부터는 단호한 모습이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우 전 수석이 구속 후 열흘 만에 청구한 구속적부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결정은 적법하다”는 짧은 이유만 밝힌 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란 명분 아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연달아 구속적부심으로 석방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다만 안 전 수석의 경우 ‘박 전 대통령과 뇌물수수 범행을 공모했다’는 검찰 주장을 법원이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된 것이 아니어서 이 점이 1심 선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연루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사건 2심 판결도 우 전 수석에게 부담이다. 우 전 수석은 블랙리스트에 직접 개입하진 않았으나 혐의 일부는 그와 관련이 있다. 영화 ‘변호인’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진보성향 영화를 만든 CJ E&M에 대한 보복성 세무조사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했다는 직권남용 혐의가 그것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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