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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공적’이 없어진 뒤 나타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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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1 23:40:43 수정 : 2018-02-21 23: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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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고공지지율은 반사효과 / 높은 인기, 언젠가 떨어지게 마련 / 北 활용하는 트럼프에 대응하려면 / 국가적 역량 결집에 신경써야 2001년 9·11테러 뒤 CNN과 USA투데이가 미국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90%를 기록했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였다. ‘공동의 증오대상’이 등장하자 ‘대통령 중심으로’ 군중심리가 형성된 것이다. 테러 직전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작 51%. 2004년 미 대선은 아슬아슬한 박빙의 선거였다. 선거 직전 9·11테러를 합리화하는 오사마 빈 라덴의 인터넷 영상이 미 국민을 분노케 했다. 부동표가 몰린 덕택에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아버지 조지 H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1991년 걸프전쟁 종전 무렵 89%를 기록했다. 공동의 증오대상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다. 증오대상이 사라지면 지지율이 여지없이 빠지는 게 대통령의 인기다.

새 정부가 정책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일자리 창출 실패, 최저임금 혼란만이 아니다. 원전정책과 사드배치, 영어교육을 두고도 오락가락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책면에서 존재감이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70%대를 넘나들고 있다. 국민친화적인 스타일 덕분이기도 하지만 ‘박근혜와 비선실세’라는 공동의 증오대상 반사효과가 크다. 이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튀어나온 변호인들의 터무니없는 반발이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사법적 처벌이 완료된 뒤이다. 지지율이 빠진 뒤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포위 속에서 한국호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 백악관이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공동의 증오대상을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 미국을 공격하려는 핵개발에다 인권까지 내팽개친 북한이다. 갤럽이 그제 발표한 미국인 104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미국의 최대 적국으로 북한을 꼽았다. 2016년 조사 때 16%에서 3배 이상 높아진 수치이다. 자칫 잘못하다가 여기에 한국이 빨려들어가 미국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공동의 증오대상인 북한과 한국이 ‘기피대상’으로 엮이는 게 최악이다. 미국인들은 남·북한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2006년 메릴랜드주 의회에서 주정부 고위직 인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의 친구이기도 한 그들이 갑자기 우리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성토했다. 미국인들에게 한국조차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위기다.

일본 총리와 골프를 친 뒤 방한한 미국 대통령에게 독도새우라며 대접하거나 위안부할머니를 깜짝 인사시키는 것은 국내 정치용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전야제 식전행사에서 드러낸 미국 부통령에 대한 부적절한 의전은 우리만 모르는 실수다. 미 권력 핵심부에 한국 불만이 쌓이도록 한 것이다.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철강 관세폭탄은 예고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과격한 양보 요구에 이어 파기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 GM 군산공장 철수, 주한 미대사 임명지연 등 한국을 물먹이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문 대통령이 “안보와 통상의 논리 분리”를 지시하며 미국에 결연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비장의 카드를 너무 일찍 포기했다. 한·미 군사동맹은 통상협상에서 여론을 설득하거나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카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006년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알리면서 “한·미 FTA가 군사동맹의 보완재”라고 했다. 한·미 간에 미군주둔비용 증액요구를 비롯한 군사동맹 갈등까지 커지면 한국에게는 버거운 샅바싸움이 된다.

미국이 전 세계에 던져놓는 부정적인 외교메시지는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마저 기피하게 하는 효과를 거둔다. 문 대통령의 인기가 여전할 수 없다.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의 예봉을 꺾거나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 혼자서 격랑을 헤쳐나가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지 걱정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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