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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식사 더 부실하게 한다

입력 : 2018-02-22 17:00:00 수정 : 2018-02-21 10: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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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웃나라 일본도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지만 우리나라는 더 한 것 같다"며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노후 대비책이 부족해 폐지 주워 생계 유지하는 노년층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B씨는 "아이를 낳지 않으니 우리사회가 점점 더 늙고 활력을 잃어가는 것 같다"며 "도시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특히 시골 내려가면 애기울음 소리 듣기 어렵다"고 전했다.

C씨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있는데 음식 나오는 걸 보면 정말 형편 없다"며 "물론 요양원도 이윤을 추구한다곤 하지만 자기 부모처럼 생각하고 양심껏 챙겨주면 좋겠다. 이번 설에 반찬 따로 해서 챙겨드렸다"고 밝혔다.

D씨는 "이제 자식에게 너무 투자하지도, 너무 기대지도 말라"며 "20세 성인이 된 이후엔 남 보듯 해야한다. 간, 쓸개 다 빼주고 나면 노년에 외로워하다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E씨는 "난 죽는 것보다 나이 들어 병 들고 비참하게 사는 게 더 두렵다"며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은 왜 노부부끼리 사는 것보다 더 못 먹을까. 마음 한 켠이 짠하다"고 토로했다.

F씨는 "입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씹거나 삼키기도 힘든 나이까지 살아야 한다는 게 어떤 면에선 불행"이라며 "100세 시대를 지나, 120세는 정말 인류에게 있어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G씨는 "혼자 살면 젊은 사람들도 밥 대충 먹는데 노인들이야 오죽하겠냐"며 "그래도 젊었을 땐 돈 없으면 알바라도 할 수 있지만, 나이들어 돈 없으면 정말 우울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노인부부의 영양상태가 가장 좋고, 자녀·손자와 함께 사는 노인이나 독거노인은 상대적으로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보건복지이슈&포커스' 최신호 '노인의 특징별 맞춤형 식사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원방안'에 따르면, 김정선 보건의료연구실 연구원은 지난해 발간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노인 식생활안전관리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분석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6기(2013~2015년)에서 영양소 섭취량이 가장 높은 집단은 만 65세 이상 노인끼리 사는 노인부부 가정이었다.

이들 가정 노인들의 에너지 섭취량은 1800.4㎉로, 자식들과 함께 사는 가정 노인(1653.5㎉), 조손가정(1568.0㎉)보다 많았다. 특히 독거노인(1480.5㎉)과는 1.2배 차이었다.

◆"이런저런 사정 어려워도 자식에게 손 벌리기 부담스러워서…"

김정선 연구원은 "대부분의 독거노인은 혼자 식사를 하며, 밥과 김치 또는 밥과 국 등으로 단조로운 편"이라며 "외식과 배달 반찬은 자극적이거나 입에 맞지 않아 선호하지 않는 반면, 식욕이 떨어져 결식이나 편식이 잦고 사정이 어려운 경우 도움을 요청하기 부담스러워 식사를 미루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노인장기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경우 시설마다 차이가 크다는 한계가 있지만, 독거노인만큼 열악한 상황일 것으로 김 연구원은 추정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그는 "요양시설 입손인의 섭취량은 성인의 7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1일 섭취량은 1400㎉ 정로로 예측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 2주간 식사 상황을 관찰했을 때 요양시설 노인의 대부분이 1일 1000~1200㎉ 이상의 열량을 섭취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노인가구는 씹거나 삼키는 데 불편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생각이다.

◆상당수 노인가구, 씹거나 삼키는데 불편 느껴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 응답자의 47%가 저작(咀嚼·음식을 입에 넣어 씹음) 불편을 호소했으며, 이들의 섭취량은 저작 불편이 없는 노인에 비해 10% 이상 적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14년)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은 8.1%로 50~64 성인 2.9%에 비해 3배 수준이다.

노인요양시설은 이 같은 부분에 대해 믹서나 가위 등을 이용해 대상자에게 알맞은 형태의 음식을 준비하는 등의 대비책을 가지고 있다.

다만 소형시설의 경우 영양사가 없는 경우도 있어 노인 맞춤형 식단을 기대하기 쉽지 않고, 요양보험에서 식재료 관련 비용은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급식의 질을 담보하기엔 시설별로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복지관이나 종교단체, 적십자사 등에서 밑반찬을 제공받거나 노인 복지관 무료급식을 이용하는데, 서비스의 중단을 우려해 급식서비스와 관련한 어떤 불만도 표출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노인들은 치아 소실, 구강·인두·식도 근육 약화에 따라 씹거나 삼키는 데 불편을 겪고 있어 상시적으로 영양불량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노인 식생활 특징별로 맞춤형 식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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