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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팀워크'… 함께 뛰고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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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0 22:11:33 수정 : 2018-02-21 07: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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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 / 타의 추종 불허… 거침없는 질주 / 최민정·심석희·김아랑·김예진 / 4분07초361기록… 伊 제치고 1위 / 중간 터치 실수 불구 역량 입증 / 6번째 신화 비결? 두터운 선수층 / 국내 선발전 통과 ‘하늘의 별따기’ / 막내 기죽지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 우애·소통 바탕 '금빛 플랜' 완성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이 열린 20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 스케이트를 신은 16명의 선수가 빙판에 발을 내디뎠다. 이 속에는 태극기를 경기복 등에 새긴 소녀 네명도 섞여 있었다.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최민정(20·성남시청), 심석희(21·한국체대), 김아랑(23·고양시청), 김예진(19·평촌고)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언제나 입버릇처럼 “제1 목표는 계주 금메달”이라고 말했던 다짐의 무게 때문일까. 경기에 나서는 표정 속에는 그 어떤 경기보다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4분여 뒤 이탈리아를 제치고 1위에 오르자 마침내 선수들의 굳었던 표정은 눈물과 환호로 바뀌었다. ‘태극낭자’들을 연호하는 관중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선수들은 ‘함께’ 만들어낸 금메달의 순간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즐겼다. 
“해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에이스’ 최민정(맨 앞)이 20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선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레이스 중간 터치 과정에서 김아랑이 넘어지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선수들의 역량을 또다시 보여준 경기였다. 특히 올림픽 준비가 순탄치 않았기에 더욱 값진 금메달이다. 애초 여자 3000m 계주는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무난한 금메달이 예상됐던 종목이지만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중추인 심석희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하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부침을 겪었다. 지난 10일 열린 예선에서는 이유빈(17·서현고)이 레이스 중 넘어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이스 최민정을 비롯한 선수들이 믿기지 않는 질주를 펼친 끝에 오히려 올림픽신기록을 세우는 기적을 연출했고, 이는 한국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됐다. 

‘女풍당당’ 20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석희, 김아랑, 이유빈, 최민정, 김예진.
강릉=남정탁 기자
팀워크로 다져진 한국 여자 쇼트트랙 계주는 그 어느 종목보다 천하무적이다. 평창올림픽 이전 열린 7차례 올림픽 중 6번 출전해 5차례나 금메달을 따낼 만큼 독보적이다. 특히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4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는 중국에 금메달을 잠시 넘겨줬지만 4년 뒤 소치 대회에서 곧바로 왕좌를 탈환한 뒤 안방인 평창에서 2연패에 성공하며 여섯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계주 종목 특성상 팀원 간의 호흡이 중요하지만 ‘쌍두마차’ 최민정과 심석희를 필두로 개개인의 기량이 빼어난 점이 금메달의 가장 큰 요인이다. 두터운 선수층도 원동력이다. 한국 쇼트트랙은 국내 선발전 통과가 국제대회 입상보다 어렵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탄탄한 선수자원을 자랑한다. 이런 저변 아래서 화수분처럼 유망주가 쏟아져 나온다. 실제로 이번 여자 쇼트트랙 대표선수 5명 중 올림픽 경험자는 심석희와 김아랑 2명뿐이다. 일부 스타가 몇 번의 올림픽을 ‘장기 집권’하는 다른 종목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이경 싱가포르 쇼트트랙대표팀 감독도 “한국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다. 여자가 남자보다 힘든 훈련을 더 잘 견딘다”고 혀를 내두른다. 


20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 앞 선수를 밀어주는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또 부드러운 맏언니 김아랑과 매서운 카리스마의 주장 심석희가 리더십을 십분 발휘해 팀을 하나로 모았다. 이 덕분에 최민정은 물론 고교생 김예진, 이유빈마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금빛 플랜’을 맞춰갔다. 김아랑이 훈련과정에서 “예전과 다르게 더 소통이 잘된다. 막내들이 기죽지 않는 것은 팀의 큰 무기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처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선수 모두 자신감이 붙은 결과 좋은 성적까지 따라왔다는 평가다. 결국 태극낭자들의 거침없는 질주는 서로 간의 끈끈한 우애가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강릉=서필웅·안병수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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