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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날로 잔인해진다…수사에 미온적인 경찰

입력 : 2018-02-18 09:10:41 수정 : 2018-02-18 09: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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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학대만 전국 매달 40여건 접수…소극 수사로는 범인 못 잡아
"매달 전국에서 고양이 학대신고가 40여건이나 되는데 경찰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사단법인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는 18일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의 학대행위가 날로 잔인해지지만, 수사기관이 관심을 두지 않아 현행 동물보호법 8조 동물 학대 금지조항이 사문화되다시피 한 실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양이보호협회는 지난 6개월간 잔혹한 방법으로 고양이를 죽인, 증거가 충분한 사례 5건을 계속 추적 중인데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길고양이를 죽여 아파트 외벽에 내건 사건, 숨진 길고양이 발을 잘라 캣맘이 돌보는 급식 밥그릇에 놓은 사건, 꼬리를 자른 사건 등이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16일과 23일 경북 김천에서 길고양이 새끼 4마리를 참혹하게 죽인 사건도 경찰의 관심 부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파트 공터에서 1주일 간격으로 형제 길고양이 4마리를 전기톱이나 그라인더(연삭기)를 사용해 잔인하게 죽였지만, 경찰은 범인 윤곽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장 주변에 '길고양이 훼손 목격자를 찾습니다'란 공지문을 붙인 게 수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묻어줘야 편하다"며 피 흘리는 고양이 땅에 매장한 사건.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장 사진을 본 김천 K동물병원 원장은 "독극물을 사용해 길고양이를 잡아 잔인하게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초 신고자인 박모씨는 "명백히 동일범 소행으로 보이는데 수사는 미온적인 것 같다"며 "동물 학대는 초범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데다 혹시 사람한테까지 잔인한 짓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10m 떨어진 곳이 아파트 주차장이라서 초동수사 때 차 블랙박스들을 확인했다면 예상외로 쉽게 해결할 수도 있었으나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경찰은 5대 강력범죄 통계를 관리하지만 동물 학대 사건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

또 경제사범을 다루는 지방경찰청 수사2계와 경찰서 경제팀이 동물 학대 사건을 맡아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경찰청 김덕환 수사2계장은 "이번 동물 학대 사건은 초동수사에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동일범 소행으로 보고 관심 있게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따르면 동물 학대 사건이 경찰에 들어가면 "길고양이 죽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경찰관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경찰과 시민의 동물 학대에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는 죽음에 이르도록 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돼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박 대표는 "죽음과 연결돼야 동물 학대를 인정하는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 때리거나 굶기는 것도 학대인데 현행법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방치 확대를 폭넓게 적용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동물보호법은 공개 장소에서 동물을 죽이거나 학대행위를 할 때 2년 이하 징역형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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