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별에서 물까지…예술이 된 수소전기차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2-14 10:17:20 수정 : 2018-02-14 10:17: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수소전기자동차를 소재로 한 현대차 파빌리온.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플라자 초입에 들어서면 거대한 검은 건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주변을 빨아들일 듯한 검은 벽 표면에는 점점이 조명이 반짝인다. 세찬 바람이 부는 평창의 산야에 불시착한 듯 난 데 없는 모양새다. 이 건물은 현대자동차가 만든 브랜드 체험용 파빌리온. 세계적 건축가 아시프 칸과 손잡고 수소전기차를 형상화했다. 사전 지식 없이 들어간다면 자동차 회사가 세운 곳이라고 짐작하기는 힘들다. 자동차 바퀴나 운전대 대신 아름답게 장식된 전시관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 아시프 칸.
이 파빌리온을 디자인한 건축가 아시프 칸을 최근 평창군에서 만났다. 칸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 건축가로 이번에 한국에서 첫 작업을 했다. 앞서 그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메가페이스’를 선보여 칸 광고제에서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혁신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현재 두바이, 대만, 러시아, 카자흐스탄, 런던 등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칸은 “현대차와 작업하면서 ‘수소가 가져올 미래는 어떤 것인가’ 굉장히 고민했다”며 “수소는 기체이기에 냄새도 나지 않고 볼 수도 없다”고 운을 뗐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별이 바로 수소가 만들어낸 물질임을 깨달았어요. 이를 통해 수소를 형상화할 수 있지 않을까 했죠. 우리는 어릴 때부터 별을 보며 자라고 꿈을 꾸고 영감을 얻습니다. 또 수소는 우리 몸 속에도 있어요. 우리 몸의 60% 가량을 차지하죠. 이 컵 안의 물도 수소에요. 별과 물, 전혀 다른 두 범주로 수소를 표현하기로 했어요. 별은 은하계까지 뻗어나가지만, 물은 우리 몸으로까지 환원되죠.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를 달리게 하는 수소도 별에서 왔고, 그 차가 달릴 때 나오는 부산물도 물이에요.”

수소전기자동차에서 시작된 그의 사유는 작은 물방울에서 무한한 우주까지 확장됐다. 그는 이를 파빌리온에 직접 구현했다. 외관은 광활한 우주를 표현한 것이다. 그는 우주의 암흑을 구현하기 위해 ‘반타블랙 VBx 2’라는 특수 재료를 활용했다. 여기에 1946개의 얇은 LED 기둥을 꽂았다. 기존의 검정이 가시광선을 3% 반사하는 것과 달리 반타블랙VBx 2는 단 1%만 반사한다. 99%의 빛을 흡수하기에 맨눈으로 보면 평면의 굴곡을 정확히 알아보기 어렵다. 작품에 점점 다가갈수록 형태가 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칸은 “반타블랙에 있는 구멍들이 빛의 파장을 가둬서 반사되지 않도록 하는 원리”라며 “오리지널 반타블랙은 카펫처럼 굉장히 촘촘한 탄소나노튜브로 이뤄진 반면 우리 파빌리온을 위해 이번에 개발한 반타블랙은 스폰지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폰지 구멍들이 빛의 파장과 비슷하게 배열돼 있어 마치 산호초 같다”며 “빛의 파장과 비슷한 구멍에 빛을 가둬서 반사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현대차 파빌리온은 현존하는 가장 큰 반타블랙 구조물”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멀리에서 보면 이 건물은 풍경의 가운데를 칼로 잘라내서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에요. 반면 내부로 들어가면 바깥의 검정과 완전히 대비되는 하얀 세상이 나오죠. 이 대비를 통해 관람객은 차분함을 느낄 수 있어요.”

전시관 내부의 첫 공간은 ‘워터관’이다. 수소전기차의 씨앗인 물방울을 소재로 했다. 사방이 새하얗고 바닥에는 인조대리석으로 만든 널찍한 구조물이 놓여 있다. 인조대리석은 자동차와 똑같이 발수코팅이 돼 있다. 이 위에 정교하게 파인 수로로 작은 물방울들이 끊임없이 또르르 굴러간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모두 2만 5000개의 물방울이 동시에 구르고 있다. 물방울은 초속 1m의 빠른 속도로 움직여 커다란 호수에 모였다가 사라지기를 10분마다 반복한다. 관객은 직접 물을 붓거나 바람을 조작해 물방울을 흘려보낼 수 있다.

칸은 “내부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물방울들은 우리 개개인이 가진 열정과 목표를 표현한다”며 “이것이 새로운 사회의 모태가 되는 씨앗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관람객이 부은 물들이 가운데 큰 호수에 하나로 모이는 데 대해 “개인이 모여 큰 결과물을 이뤄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또 “이 구조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미래 도시의 모습 같다. 강 옆에 도시가 있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사람들이 미래에 수소와 맺게 될 관계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각 전시관은 태양전지, 수소, 수소차에서 나오는 물 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수소가 자동차 연료전지 스택에서 전기로 바뀌는 과정을 형상화한 공간도 있다.

파빌리온은 건축 면적 1225㎡(약 370평), 높이 10m 규모다. 건물의 외벽 사면은 움푹 파인 곡면 형태다. 칸은 “가능한 빛을 안으로 가두게끔 디자인했다”며 “이 포물선은 한국 건물의 곡선 형태와 비슷한 모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이 브랜드 체험관에 대해 “모두가 평등하게 겨루는 공정한 경쟁의 장인 올림픽에서 수소전기차가 가져올 평등하고 무한한 미래 사회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파빌리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