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어느덧 연기인생 20년…캐릭터 살아있는 작품 만나 행운”

입력 : 2018-02-12 21:00:50 수정 : 2018-02-12 21:00:5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최근 막내린 웰메이드 드라마 MBC '돈꽃' 장혁/뻔한 막장코드에도/짜임새 있는 얘기로/인물간 관계에 집중/극 긴장감 고조시켜/배우가 연기할 때는/전투적 자세가 필요/긍정적인 부담 주는/선배로 남고 싶어요
MBC 토요드라마 ‘돈꽃’에서 강필주 역으로 열연한 장혁은 “강필주 또한 (돈과 권력에 집착하는) 장국환, 정말란과 다르지 않은 인물”이라며 “청아바이오지주사 대표이사 후보 면접에 ‘강필주’가 아닌 ‘장은천’으로 도전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싸이더스HQ 제공
“강필주가 돈과 권력에 해탈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또한 장국환, 정말란 등과 똑같아요. 드라마 마지막에 강필주는 건물 옥상에서 김유철의 칼에 찔린 뒤 죽을힘을 다해 난간으로 걸어가 건물 아래 화려한 야경을 봐요. 더울 때는 시원한 것을 찾고 추울 때 따뜻한 것 찾는 것처럼 강필주 또한 결국 죽을 때가 되니깐 권력을 찾죠. 청아가 인물들처럼 됐어요. 청아바이오지주사 대표이사 후보 면접에 ‘강필주’가 아닌 ‘장은천’으로 도전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요.”

MBC 토요드라마 ‘돈꽃’에서 열연한 장혁은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종영 기념 라운드인터뷰에서 강필주에 대해 이같이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혁이 연기한 강필주(본명 장은천)는 청아그룹의 총수 집안인 청아가의 장손으로 태어났지만 혼외자란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정체를 숨긴 채 청아가에 들어가 수십년을 그들을 위해 일하다 복수에 성공하는 인물이다.

드라마는 강필주가 청아가에 복수해 결국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것 같지만, 장혁은 강필주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 강한 악이 살아남았을 뿐이다.

“강필주가 드라마에서 우는 장면이 딱 한 번 나와요. 장국환이 강필주를 장은천으로 인정해 펜던트를 주는 장면에서인데, 평생 장씨를 증오하고 살았던 강필주가 장국환의 인정에 눈물을 흘리죠. 모순이에요. 장국환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에서도 ‘명예회장님’이라기보다는 ‘할아버지’라고 해요. 청아가 사람이 된 거죠.”

강필주가 장국환의 혼외자라고 주장하는 김유철에게 한 대사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장국환을 만나러 회사 로비에 온 김유철에게 ‘노력을 해요. 이렇게 살지 말고’라고 말해요. 제가 꼭 써 달라고 부탁했던 대사예요. 강필주도 김유철과 같은 혼외자이지만, 그는 노력해서 회장이 됐어요.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청아가의 신조를 이 대사를 통해 표현하고 있죠.”

‘돈꽃’은 재벌, 정경유착, 협박, 살해, 불륜, 복수 등 주말드라마 특유의 자극적인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과 편집, 배우들의 명연기 등으로 ‘막장 드라마’인 동시에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는 ‘돈꽃’이라는 제목과 달리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누군가의 복수를, 누군가의 야심을, 누군가의 사랑을 이야기하죠. 비슷한 종류의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특정사건에 끌려가는 것과 달리 ‘돈꽃’은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만들어서 이끌어가죠. 등장인물이 내포하고 있는 모순이나 등장인물 간 관계에 집중을 하죠.”

그는 “과거 비슷한 느낌의 ‘마이더스’를 찍었을 때 사건에 캐릭터가 끌려간 느낌이 있어서 아쉬웠다”라며 “‘돈꽃’과 같이 캐릭터가 주도하는 드라마를 또다시 만나기 힘들 것 같아 이 또한 아쉽다”고 말했다.

‘돈꽃’에는 오랫동안 연기를 한 이순재와 이미숙, 선우재덕을 비롯해 장승조, 한소희 등 신예까지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장혁은 이순재, 이미숙 등 선배 배우들과 장승조 등 신예 배우들의 가교역할을 했다.

“제가 연기를 한 지 2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미숙 선배님은 40년, 이순재 선생님은 60년을 하셨어요. 20, 40년을 열심히 버텨서 이미숙, 이순재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 같이 연기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그리고 제가 배운 여러 가지를 장승조 등 후배들에게 전해주려고 노력했죠. 막연하게 선배로서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연기에 대해 긍정적이 부담을 주고 싶었어요.”

장혁은 인터뷰 내내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연기에 대한 즐거움과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의 자세를 놓지 않아야 계속 노력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배우는 대본을 보고 추상적으로 생각한 걸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피가 터질 정도로 전투적으로 해야 해요.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느낌으로 표현해 시청자를 설득하느냐예요. ‘저’라는 존재는 한 명이지만 맡은 배역에 맞춰 달라져야 하죠. 아직 많이 배워야 해요.”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