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나 혼자 산다”… 솔로사회는 시대의 흐름

입력 : 2018-02-10 03:00:00 수정 : 2018-02-09 19:47: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경제적 독립·자기 위한 소비에 남녀 모두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日, 2035년 인구 절반이 솔로 예고/초솔로사회화 일본의 실태 정리/
새로운 가족·공동체 출현 대비를
아라카와 가즈히사 지음/조승미 옮김/마일스톤/1만5000원
초솔로사회/아라카와 가즈히사 지음/조승미 옮김/마일스톤/1만5000원


2016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의 ‘1인 가구’는 전체 1699만가구 가운데 539만가구(27.2%)로 집계됐다.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특히 20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층의 1인 가구가 187만8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11.3%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스스로를 ‘비혼(非婚)족’이라 칭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일찍부터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 연애와 결혼을 원하지 않는 ‘초식남’과 ‘건어물녀’가 등장했고, 1인 가구를 겨냥한 ‘솔로 이코노미’가 각광받았다.

신간 ‘초솔로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솔로사회화가 진행되는 일본의 실태를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홍보전문가인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2035년 일본 인구의 절반이 솔로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지난해 1월 일본에서 출간되고 ‘초솔로사회’라는 말을 유행시킨 이 책이 국내에도 나왔다.

저자는 1인 가구의 증가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본다.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결혼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했고, 남성과 여성의 교육 편차가 줄면서 결혼관이 변화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는 “경제적 독립성을 지닌 지금 세대의 여성들은 결혼을 필수라고 생각하는 규범으로부터 자유롭다”며 “소비자본주의의 환경 속에서 자란 남성들도 자기를 위한 소비와 투자를 위해 결혼을 망설인다”고 말한다. 

일본의 홍보전문가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과 남녀의 교육 편차 감소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혼술’(혼자 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왼쪽)와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조명한 예능프로그램의 한 장면.
tvN·MBC 제공
저자는 현대사회에서는 결혼을 하더라도 ‘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일본에서는 2002년을 기점으로 이혼율이 다소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인구당 이혼율이 아닌 결혼율 대비 이혼율(특수이혼율)은 2011년 이후 계속 35% 이상을 유지한다. 3쌍 중에 한 쌍이 이혼하는 셈이다. 여기에 남녀의 평균수명 차이로 인한 독신 고령자가 늘면서 고령층의 1인 가구도 늘고 있다. 혼자가 될 가능성이 더 이상 특례가 아닌 범례인 것이다.

저자는 솔로사회 자체를 비관하고 바꾸려 하기보다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그는 “솔로사회는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면서 좋고 나쁨을 논하기보다 그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결혼을 규범으로 여기고 미혼자를 배척하는 사회 분위기다. 저자는 일본 사회가 미혼율 증가를 경계하는 이유로 낮은 출산율을 꼽는다. 일본은 지금과 같은 저출산 기조가 이어진다면 2300년 인구가 36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는 일본이 저출산 기조를 역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일본 인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 한명이 최소 2.07명의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 2.07명 이하로 떨어지면 저출산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1973년 이후 줄곧 2.07명 이하를 기록해 왔다. 2005년에는 역대 최저인 1.26명까지 떨어졌다. 저자는 일본 여배우 야마구치 도모코의 말을 인용해 “사람은 각자가 다양한 선택을 해도 좋으며 다른 사람이 한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솔로사회의 긍정적 요소로 소비에 주목한다. 솔로남성의 구매력이 기혼남성보다 높다는 점에서 내수 진작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의 경우 소득에 대한 소비지출 비율인 소비성향이 여성은 75%인데 남성은 60%에 그친다. 이 때문에 TV광고 등의 마케팅이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솔로남성의 엥겔계수는 27.9%로 세대원이 둘 이상인 가구의 23.6%보다 높다. 또 주거비와 교양오락비 지출 비율도 다른 세대원을 앞지르고 있다. 저자는 솔로사회에서 소비 단위는 가족에서 개인으로 바뀌었고, 소유가치보다는 정신 가치가 중요시된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인구 절반이 독신자가 될 솔로사회는 고립된 사회가 아닌, “솔로로 살아가기를 능동적으로 택한 사람들의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솔로로 산다는 것은 타인과의 교류를 차단하고 제멋대로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 새로운 가족, 지역, 회사 공동체를 창출하고 관계성을 구축하면서 사람들이 자립해나가는 사회가 솔로사회다.”

일본의 사회현상을 담은 책이지만,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