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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북촌 한옥마을에 하룻밤 묵는데
처마 밑 풍경이 밤 깊도록 운다
그 울음을 안아다 머리맡에 누이고
내가 뒤척이는지 네가 징징거리는지
잠은 달아나고, 밤새
서럽고 원망스러운 하소연이나 조곤조곤 나눌까
객짓밥 십 년이면 한 끼 허기쯤 견뎌낼 수 있지만
떠나온 곳이 어딘지 기억이 나질 않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슬픈
푸른 물고기들이 헤엄치는데
저 울음들을 버려두고
다시 섬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친 그 밤

-신작시집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삶창)에서

◆ 이종형 시인 약력

△제주 출생 △2004년 ‘제주 작가’로 작품활동 시작 △제주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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