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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보행로 끊기고 방지턱 부족…죽음 부르는 '스쿨존'

입력 : 2018-02-10 05:00:00 수정 : 2018-02-09 14: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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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속도를 줄여야 하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운전자들의 과속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쿨존은 어린이 보호를 위해 설정한 학교나 유치원 주변 반경 300m 이내 지역을 말합니다. 하지만 ‘보호구역’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스쿨존은 교통사고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10년간(2007~2016년) 발생한 전국 스쿨존 내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5363건에 달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학교 및 유치원 정문으로부터 300m 이내에 스쿨존을 설정해 안전표지판·속도측정기·신호기 등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차량의 주정차도 금지할 수 있고, 운행 속도를 30㎞ 이내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행 스쿨존에 대한 지자체의 운영·관리는 상당히 부실한 실정입니다. 한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스쿨존 1만6456곳 가운데 단속 장비가 설치된 곳은 332곳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기존 보호구역 시설 개선 계획을 골자로 하는 ‘어린이교통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다른 지자체들은 예산 여력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단속이나 처벌 강화 보다는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스쿨존 내 CCTV나 보행로 분리는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스쿨존이 어린이 보호라는 제 역할을 다하려면 이같은 안전장치부터 의무 설치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스쿨존에서 학생들이 사망하거나 중·경상을 입는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쿨존에 들어서면 차량에서 내려 차를 등에 짊어지고 지나가는 마음가짐으로 운전해야 한다면서 안전운전을 당부하지만 관련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횡단보도 앞 잠시 멈춤, 서행, 주·정차 근절 등 스쿨존에서 준수해야 할 3가지 원칙만 잘 지켜도 사고를 크게 예방할 수 있다.

지난해 6월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학교 앞 스쿨존에서 한 가정의 막내아들이 버스에 치여 숨졌다.

사건 당일 오후 3시26분경 시내버스 운전기사 A(60)씨는 평소처럼 시내버스를 몰아 어린이 보호구역 편도 1차로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B(11)군은 A씨가 몰던 시내버스와 같은 방향으로 도로변을 따라 걷고 있었다.

B군과 나란히 버스를 운행하던 A씨는 버스 우측 앞면으로 B군을 들이받고 멈추지 않고 그대로 주행했다가 약 1시간만에 붙잡혔다.

A씨는 "사고가 난 줄 몰랐다"며 뺑소니 혐의를 부인했지만, 스쿨존 내에서는 보행자를 잘 살펴야 한다는 '보행자보호의무'를 잘 지키지 않은 점은 분명해 보이는 사고였다.

◆"횡단보도 앞 잠시 멈춤, 서행, 주·정차 근절 3가지만 지켜주세요"

같은날 오후 2시35분경 광주 북구 오치동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에서 초등학생 1학년 C(7)양이 전모(43·여)씨가 운전한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C양은 수박을 파느라 거의 멈춰 서듯 아주 느린 속도로 주행중인 트럭 뒤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지나던 전씨의 차량에 치였다.

비록 이번 사고에 관여한 차량이 주·정차차량은 아니었지만, 스쿨존 내에서 주·정차하면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지난해 5월29일 오후 4시49분경 전북 군산시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는 D(10)군이 50대 남성이 운전한 승용차에 치여 중상을 당했다.

사고 당시 스쿨존 내 속도 제한인 시속 30㎞를 지키지 않고 과속한 것으로 추정된 사고차량은 D군을 들이받고 속도를 이기지 못해 옆길 가로수를 들이받고 전복됐다. 제한 속도를 지켰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인 셈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은 초등학교와 유치원 주변 300m 이내 주 통학로를 보호구역으로 지정, 교통안전시설물 및 도로부속물 설치로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공간을 확보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500m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

◆스쿨존 내 지켜야 할 교통 법규조차 모르는 운전자 부지기수

경찰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13세 미만 어린이 기준)는 541건에 달해 8명의 어린이가 사망했으며, 558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이가운데 어린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발생한 사고가 52.7%에 달했다. 법규 위반 사안별로는 보행자보호의무위반 39.9%, 안전운전불이행 24.4%, 신호위반 14.8% 순이었다.

스쿨존 내 어린이를 다치게 한 사고를 낸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음주, 무면허, 중앙선 침범과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는다.

그만큼 강한 경각심이 필요하지만, 스쿨존 내 지켜야 할 교통 법규조차 모르는 운전자들이 태반이다.

국민안전처는 △운행속도를 매시 30km 이내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 일시 정지 △자동차 주정차금지 등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지켜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의 절반가량이 어린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발생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의 원칙만 운전자들이 지켜도 사고의 절반 가량을 줄일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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