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완규칼럼] 지금 보수가 해야 할 일

관련이슈 박완규 칼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8-02-05 21:16:18 수정 : 2018-02-05 21:16: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보수세력 지리멸렬에 깊이 빠져
한국당, 반성 없이 프레임 공방만
보수 실패는 정치발전 장애물
위기의식 갖고 변화 동력 찾아야
보수가 지리멸렬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성명을 통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등에 대한 검찰수사를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며칠 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은 보수우파의 씨를 말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신중하지 못한 말이다. 보수는 궤멸했고 씨가 말라가는 것은 맞지만, 정치공작이나 적폐청산과 연결시킬 일인지 의문이다. 보수는 자멸하고 있다.

보수정당인 한국당이 문제다. 보수가 나아갈 방향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 실패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없이 색깔론 같은 구시대적 프레임 공세에 매달리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주장만 한다. 보수성향 지지자들을 결집할 만한 의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헛발질도 잦다. 요란하게 문제를 제기했다가 슬그머니 거둬들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니 나라 안팎에 숱한 난제가 쌓여 있어도 정치권에서는 긴장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인물난도 심각하다. 보수의 간판으로 내세울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신진세력을 키우지 못했다. 보수 원로들이라도 나서야 할 텐데 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입을 시도한 유력인사들은 출마를 고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는 보수 텃밭인 대구의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영남 지키기에 몰두하겠다는 뜻이다.

한국당의 전략 부재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이 보수세력을 폭넓게 품지 못한 것은 패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지지기반의 상당 부분을 떼어 주게 될 것이다. 자칫하면 보수의 본령 지위마저 위태롭게 된다. 의석 수만 많은 ‘말로만 제1야당’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입지가 곤궁해서인지 한국당 지도부는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소수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수의 안티 세력을 낳는 꼴이다.

보수의 실패는 한국 정치발전의 장애물이다. 보수와 진보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해야 국정 현안들을 순탄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그러려면 보수와 진보가 합리적이고 건강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보수가 대안을 제시하지도, 집권세력을 견제하지도 못하면 진보에도 악재다. 보수와 진보 모두의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 한국당은 정부와 여당이 실수하기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 한국당 행태로 봐선 여권의 실패가 보수정당의 이득으로 돌아오리라는 보장이 없다. 나라만 결딴난다.

이대로 가다간 보수세력은 갈수록 설 땅을 잃게 된다. 정치학자 안병진은 1년 반 전에 펴낸 책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에서 “한국 보수의 황혼기는 더욱 절망적”이라고 했다. “기존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보수주의 발전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기존 주류 보수진영은 다가오는 대위기에 대한 통찰이나 이로 인한 절실함이 결여되어 있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기 전의 진단이지만 그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더 암담하다.

정당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존재한다. 권력이 있어야 정당의 정책 구상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정치의 본질인 것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권력을 “공론 영역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말과 행위가 일치하는 곳에서, 말이 공허하지 않고 행위가 야만적이지 않은 곳에서, 말이 의도를 숨기지 않고 행위가 실재를 현시하는 곳에서, 권력은 실현된다”고 했다. 한국당에 묻는다. 말이 공허하지 않고 행위와 일치하는가. 권력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권력에 대한 의지가 있긴 한 건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등으로 정치권 지각변동이 진행되는 지금이 보수가 스스로를 보수(補修)할 적기다. 이제라도 시대정신을 읽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보수다운 보수로 변신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희망찬 미래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라는 주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위기의식과 절박감으로 변화의 동력을 찾아나서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