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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같은 자기애 강한 리더, 위험하다

입력 : 2018-02-03 03:00:00 수정 : 2018-02-02 2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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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선봉에 서고 대부분 달변가 / 권력 잡으면 독재·대중통제 / 정작 근본적 자아존중감 낮아 / 이를 감추려 과대 자기 포장 / 나르시시즘 성향의 리더 득세 / 심리학적 분석… 원인·처방 제시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이지혜 옮김/와이즈베리/1만3000원
나르시시스트 리더/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이지혜 옮김/와이즈베리/1만3000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정신건강’ 논란에 휩싸였다. 몇몇 정신과 전문의와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직무수행불능과 승계’를 규정한 수정헌법 조항을 거론하며 문제 제기에 나섰다. 이에 트럼프는 “나는 매우 안정된 천재”라며 자신을 방어했다.

트럼프의 정신건강 논란과 이에 대응하는 그의 자세는 모두 자기애적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인생을 통틀어 나의 가장 큰 두 가지 자산은 정신적 안정과 정말로 똑똑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트럼프 타워, 트럼프 대학, 트럼프 호텔 등은 그가 가진 자부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독일의 심리 치료 전문가인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신간 ‘나르시시스트 리더’에서 트럼프로 대표되는 나르시시즘 성향의 지도자가 득세하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나르시시즘은 우리말로 자아도취, 자기애로 해석할 수 있다. 건강한 자아존중감이라는 긍정적 나르시시즘도 있지만,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부정적 나르시시즘이다.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닌 사람을 두드러져 보이게 만드는 것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자아존중감이다.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일수록 근본적인 자아존중감은 낮다. 이를 감추기 위해 외부에 강한 면모를 과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기회의와 불안정한 자아존중감 체계를 감추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타인과 가까워지면 이런 자기 포장이 드러나기 때문에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독일의 심리 치료 전문가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나르시시즘 성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권력 남용, 독재, 대중통제 등 부정적 영향이 극대화된다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대표적인 나르시시스트 리더로 꼽힌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출신 예술가 다리아 마르첸코와 다니엘 그린이 트럼프 얼굴을 동전으로 만든 작품.
AFP연합뉴스
문제는 나르시시즘 성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권력 남용, 독재, 대중통제 등 부정적 영향이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내세워 항상 선봉에 선다. 대체로 달변가가 많고 보통 사람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을 해내면서 경탄을 자아낸다.

이런 모습은 사람들 내면의 나르시시즘을 자극한다. 주위를 압도하는 나르시시즘 지도자의 모습은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해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상대방이 발휘하는 나르시시즘적 광휘를 느끼며 자신을 무의미한 존재로 느꼈던 사람들의 자아존중감이 강화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생겼다고 믿게 된다. 이제 나를 이해하고 내게 관심을 갖고 나를 위해 힘써줄 누군가를 찾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유혹자가 내세우는 말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일수록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된다.

이 같은 현상에는 나르시시즘을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남들에게 알리고 주목받는 일을 즐긴다. 팔로어와 친구, ‘좋아요’의 숫자로 경쟁한다. 책은 인터넷이 자아에 대한 나르시시즘적 몰입을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진단한다.

권력을 가진 나르시시스트들에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이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말을 쉽게 바꾸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조그만 일에도 심사가 뒤틀려 공격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들이 불안정한 자아존중감을 가진 사람인 만큼 그들을 자극하거나 궁지에 몰지 말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이 상황을 제멋대로 왜곡하고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는 데 익숙한 사람들인 만큼 정면으로 맞서면 이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좀 더 거대한 나르시시스트들에게 맞서려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분노와 두려움, 체념, 거부에 그치지 말고 직접 참여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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