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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노트] 스릴러라는 장르로 그린 북극지방 소수민족의 삶

입력 : 2018-02-03 03:00:00 수정 : 2018-02-02 21: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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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북극 지방은 생소한 곳이다. 너무 멀어 쉽게 갈 수도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자연 자원이나 볼거리가 많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최근 소개된 ‘라플란드의 밤’(608쪽·달콤한 책)은 북극 지방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는 스릴러물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됐다.

저자 올리비에 트뤽은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북유럽 특파원이다.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고 40일 동안 해가 뜨지 않는 곳이 라플란드 지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토착민 사미족에 대한 심도 있는 취재와 연구 끝에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스릴러라는 장르로 담아냈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23개국에서 추리문학상을 휩쓸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배경이 된 라플란드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신비한 풍광에 싸여 있는 곳이다. 몹시 춥고 척박한 툰드라 지역이다.

이곳의 주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순록을 키우며 살아온 평화로운 종족인 사미족이다. 그러나 대다수 소수민족이 그렇듯 이들 또한 주변 강대국의 식민지가 되어 인종말살이나 동화정책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라플란드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탐낸 스칸디나비아 왕국은 17세기부터 광산업자와 군인, 선교사를 보내 사미족을 압박했고, 기독교로 개종하도록 강요했다.

사미인들은 압제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의회를 만들고 학교를 세우며 사미어 사용을 인정받기에 이른다.

김도연 전문번역가
소설은 방대한 스케일로 라플란드, 스웨덴, 프랑스까지 질주한다. 극지방 라플란드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상황을 아우르며 민속학, 지질학에 대한 지식도 선사한다. 스릴러물 자체의 재미는 물론이고, 한 소수민족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현대문명의 무차별적인 파괴가 몰고 온 비극을 전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소수민족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경고한다. 밤새 탐독한 이후 묵직한 울림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북극 지방 사람들의 삶과 생각,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소설이다.

김도연 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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