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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물관리 일원화, 정치 아닌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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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1 21:31:02 수정 : 2018-02-01 21: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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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지난해 5월 22일 새 정부는 물관리 일원화 정책을 제시했다. 물관리 일원화의 요점은 국토부가 관장하는 수량관리를 환경부의 수질관리와 통합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물관리 일원화는 대통령선거 때 주요 4당 후보의 공통적인 정책공약이었지만 선거 후 지켜질 것인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왜냐하면 물관리 일원화는 이해당사자가 많고 각 정파가 생각하는 일원화의 형태가 다를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 평가와 관련한 정치적 걸림돌도 있기 때문이었다.

윤주환 고려대 교수·환경시스템공학
아니나 다를까, 물관리 일원화의 핵심인 국토부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일부 수자원 전문가의 반대를 구실로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7월 통과가 무산됐다. 야당의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 12월까지 일원화 논의를 연장했고, 다시 올 2월까지 물 관련 법의 통과를 ‘노력’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물관리 일원화의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중복행정 방지, 재정 효율화, 효율적 물관리 같은 물관리 일원화의 장점이 익히 알려져 있으므로 일원화를 반대할 논리는 약하다. 하지만 이미 정치적인 타협의 대상이 됐으므로 야당의 반대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야당이 표면상 반대하는 이유는 4대강 사업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지난 정부에 대해 정치보복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결사반대하는 것 같다.

정치논쟁을 지켜보는 물 분야 종사자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여야는 정치투쟁을 중지하고 2월 임시국회에 물 관련 법제를 통과시켜야 한다.

첫째, 물 분야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여야의 물관리 일원화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분산된 물관리의 해악을 경험한 전문가들은 정파와 소속을 떠나 물관리 일원화를 전폭 지지했다. 심지어 보수적인 학계마저 일원화 찬성 성명을 낸 것도 맥을 같이한다. 정치권이 전문가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믿지만 이번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물관리 선진화를 후퇴시킨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다.

둘째, 일자리와 물 산업 발전을 위해 물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킬 법도 통과시켜야 한다. 우리 물 시장의 규모는 31조원이지만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국토부와 환경부가 영역 다툼에 몰두하는 사이 국회는 말산업 육성법, 소금산업 육성법 같은 지원법은 만들면서 정작 중요한 물산업 관련법은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기술과 산업을 육성하는 법안을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고 중소기업을 육성해 기술과 제품을 수출하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물기본법에 대한 전향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담수자원의 절반을 사용하는 농업용수의 통합관리에 대한 법제 없이는 물의 효율적 통합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은 더 이상 물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한다. 물은 기술과 관리 측면에서 복잡한 전문가의 영역이다.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은 정책의 영역이 될 것이다. 전문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물관리 정책을 정치의 도구로 만들면 안 된다. 물은 생명이다, 물은 블루골드다 같은 듣기 좋은 말보다는 실용적인 물 관련 법제를 만들어 안전하고 값싼 물을 공급하면서 물 환경도 보전하고 산업도 발전시키는 기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윤주환 고려대 교수·환경시스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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