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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정부 대책 비웃는 ‘강남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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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30 21:46:24 수정 : 2018-01-30 21: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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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규제에도 집값 요지부동
교육개편 겹쳐 강남 쏠림 부추겨
부동산 광풍은 없애야할 망국병
어설픈 대책으로 서민피해 안돼
지난해 말 일이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조금 넓은 집으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을 찾은 지 여러 달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참다 못해 전화를 걸면 돌아오는 건 “기다려 달라”는 대답뿐이었다. 중개업자는 “지금 매물이 나오면 보지도 않고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부연 설명까지 덧붙였다. 결국 이사를 포기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물론 필자가 강남에 사는 것은 아니다. 아니, 단 한번도 강남에서 살아본 적도 없다.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던 서울의 집값은 통상 비수기로 불리는 1월에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강남 4구를 포함한 송파지역 일부 아파트는 일주일 사이에 2%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고, 인근 수도권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는 풍선효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기동 산업부장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정부는 출범 한 달여 만에 6·19대책을 내놨다. 그 이후로 8·2대책, 9·5조치, 10·24대책, 11·3대책, 12·13 방안 등 한 달에 한 번꼴로 굵직한 대책을 쏟아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분양가상한제 부활 등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꼽히는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연한 상향 검토라는 처방까지 꺼내들었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고 있다.

서울, 분당 등 수도권 지역과 지방 간 양극화 현상만 심해질 뿐 이른바 ‘강남불패(江南不敗)’는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15년 전인 노무현정부 때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2003년 당시 노무현정부도 출범 후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 양도세중과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강남불패가 아니라 ‘강남필패(必敗)’를 보여주겠다며 규제의 대못을 박았지만 아파트값은 되레 상승했고,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하며 씁쓸한 시장의 복수를 맛봤다.

한 지인의 말은 충격적이다. 강남 일부 아파트의 경우 통상적인 로열층과 비로열층 차이를 떠나 동·호수에 따라 가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배정받는 학교가 달라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강남은 인프라가 풍부한 데다 개발호재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잇따른 교육제도 개편안은 강남쏠림 현상을 심화시켰다. 자사고, 특목고 폐지 방침과 일반고·특목고 입시를 같은날 치르겠다는 정부 정책은 강남 8학군 진입을 노리는 학부모들의 열망에 불을 지핀 꼴이 됐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취지는 좋지만, 부처 간 조율 없는 어설픈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수요자들을 강남으로 유혹한 셈이 된 것이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더 좋은 환경에서 가르치고 싶은 걸 막을 수는 없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고위공직자 중에 다주택자는 물론 강남에 아파트를 보유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부동산 광풍은 망국병이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대다수 국민의 의욕을 꺾는 사회악임은 분명하다.

부동산은 생물(生物)이다. 역대 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실패를 거듭한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과거 빚 내서 집을 사라고 한 게 정부다. 집값과 분양가를 높이고 주택시장을 투기장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지만, 결국 그로 인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됐다.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 전에 예상되는 효과를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 빈대를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없애겠다는 취지가 오히려 서민들의 숨통을 조여서는 안 된다. 부동산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시장’에 있다. 시장을 이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이 갖는 영향력과 일자리 창출 효과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한번 꺾인 부동산 심리는 쉽게 달아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섣부른 시장개입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되돌리기에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김기동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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