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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지급 고용부-복지부 엇박자…새우등 터지는 복지기관

입력 : 2018-01-28 10:27:51 수정 : 2018-01-28 10: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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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보조인 정부 지원금 적어…지침대로 줘도 최저임금 위반
복지기관들 잇단 사업 포기…"국가사무 수행하다 범법자 전락" 원성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임금 격차 해소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실제 올해 결정된 최저임금은 7천530원(시급)으로 전년보다 16.4% 올랐다.
그러나 공공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에게 주는 정부 지원금이 최저임금 수준에 못 미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적정한 최저임금을 보장하라고 독려하는 정부가 정작 국가사무를 위임받아 일하는 근로자들의 급여를 최저임금에 맞춰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련 복지기관들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으로 적발돼 곤욕을 치르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 활동보조인 280명이 소속된 '청주 다시리센터'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지침대로 보조인 인건비를 지급했다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으로 적발됐다.

이로 인해 올해는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촉진 및 출산 장려금 3천500여만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현 제도대로라면 올해도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정한 올해 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금(수가)은 시간당 1만760원이다.

복지부는 이 중 75% 이상을 인건비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기관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지침을 정해놨다.

하지만 기관 운영비에 4대 보험료와 퇴직연금 등을 공제하고 나면 인건비를 지침 하한선인 75%에 맞춰 지급하기도 빠듯하다는 게 복지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사리센터 역시 운영비 25%를 제외한 8천원가량을 인건비로 책정했다. 이는 최저 시급 7천530원보다 많다.

그러나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 등을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이 포함된 최저 시급은 약 9천원. 복지부 지침을 지켰는데도 최저임금법 위반이 되는 셈이다.

송상호 청주 다사리센터 대표는 "지금 당장 최저임금에 맞춰 인건비를 지급하게 되면 퇴직금 등을 적립할 수 없어 결국엔 근로기준법 위반에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그동안은 부족한 재원을 고용촉진 장려금 등으로 충당했는데 이마저도 끊겨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을 아예 접는 기관도 늘고 있다.

서울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최저임금 상승률보다 낮은 바우처 수가로 인한 재정악화로 오는 31일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을 폐업하고자 한다'고 공지했다.

이 센터는 현재 폐업 사실을 보조인과 이용자에게 알리고, 서비스 종결에 따른 제공기관 이관을 마친 상태다.

윤혜연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 대표는 "최저임금법에 맞춰 운영하면 연평균 2천만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는데 다른 사업의 소득으로 이를 채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부가 하는 사업인데 단가도 낮고, 고용 불안정이 상존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부산에서도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 중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사업을 중단한 부산의 한 복지기관 관계자는 "기존 법정수당 지급만으로도 운영이 어려운데 최저임금 문제까지 불거지니 도저히 사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업을 수행하다 포기하는 기관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복지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수준에 맞춘 장애인 활동보조인 수가 현실화를 요구해왔지만, 정부의 미온적 대처로 이런 사태가 불거진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는 예산 탓만,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준수만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안 지키면 운영은 가능하지만, 국가사무인 사회복지를 위탁받아 수행하면서 범법자로 전락하게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복지담당 공무원도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려면 수가가 최소 1만2천원 선까지 올라야 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정부에 제안하고 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 예산은 전년보다 1천억원 늘어난 6천9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저임금 수준에 맞추려면 여기서 4천억원 이상이 더 필요한 데 단일사업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예산이 확정된 상태로 수가 변경이 불가능해 기관에서 운용의 묘를 살리는 수밖에 없다"며 "복지계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는 없겠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을 펴는 기관은 800곳, 활동보조인은 3만5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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